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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보는 꽃, 우리가 불러보는 꽃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호 16면

사진 구본창 

꽃은 지구의 어느 모서리에서 만리향을 타전한다. 꽃의 지갑을 소매치기한 꿀벌과 나비가 그 전령사다.
잉잉거리는 소리와 하늘거리는 여린 날갯짓이 봄의 모스 부호인 것이다. 게으를 수 없는 향연이다. 꽃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꽃은 태양의 입자와 파동을 담아내는 CC-TV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 태양 아래서 꽃의 주목을 받으며 노동하고, 밥 먹으며, 낄낄거리거나 혹은 울면서 문화를 일구는 것이다.
모든 대지에 눈발처럼 씨앗이 내린다. 스스로를 제압한 씨앗이 대지 위로 턱걸이할 수 있다. 공기와 햇살의 요정과 첫 대면하는 눈부심!
하지만 새싹은 겸허한 출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땅이 현실이라면, 뿌리가 사상이라면, 꽃이 문화라면 땅과 꽃의 거리는 무수한 고통과 희생의 대장정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핀 꽃은 아름다워도 된다. 욕을 하고 싶도록 아름다운 꽃. 그대가 불러줄 때 꽃의 몸부림은 자기 이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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