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그 싱싱한 먹거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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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23면

외국에서는 봄철 요리 재료 하면 아스파라거스를 많이 떠올린다. 우리로 치면 시장에 나가 돌나물이 쌓인 것만 봐도 “아, 봄이구나” 하고 느끼는 것 같다고나 할까. 아스파라거스는 죽순처럼 순을 먹는다. 딱딱한 대 모양이라, ‘저걸 씹으면 질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일랑 접어두어도 좋다. 맛있는 아스파라거스는 밑의 단단한 부분만 잘라내고 살짝 데치거나,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려 굽기만 해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아스파라거스는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고 종류가 300여 종에 달한다. 색깔로 따지자면 크게 흰색과 초록색 두 가지. 한국의 마트에서는 초록 아스파라거스밖에 없다.

흰색 아스파라거스는 깡통에 담겨 절여진 것을 가끔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색깔의 차이는 재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흰색 아스파라거스는 햇빛에 노출시키지 않고 까다롭게 키워야 하므로 유럽 등지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값이 만만치가 않다. 그것도 4~5월에 잠깐 맛볼 수 있을 뿐이다. 흰 아스파라거스는 쌉쌀한 맛이 없이 부드럽기 그지없다. 이것이 야채인가 싶게 입에서 녹는다. 흰 아스파라거스의 수분 함유량은 무려 93%에 달한다.

초록 아스파라거스는 흰 아스파라거스보다는 한결 구하기 쉽다. 최근에는 대형 마트의 냉장 야채코너 한쪽에 꽃다발처럼 묶여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다. 초록 아스파라거스도 재배 농가가 많지 않아 다른 야채에 비해 값은 비싼 편이다. 그러나 아스파라거스 맛에 한번 길들여지면 그 은근한 유혹에 두 손을 들게 된다. 또 아스파라거스는 맛이 순해 단순한 조리법만으로도 훌륭한 요리가 된다. 서양에서는 흔히 데치거나 쪄서 버터를 녹여 얹거나 올리브 유와 파마산 치즈를 곁들여 먹는다. 미국의 중국 레스토랑에 가면 닭고기ㆍ새우ㆍ쇠고기 등과 볶아주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바비큐를 즐기면서 숯불에 살짝 구워 소금만 뿌려 먹는다. 베이컨으로 둘둘 말아 구운 ‘술안주’처럼 훌륭한 요리법도 있다. 아스파라거스 요리법은 아스파라거스 종류만큼 많다. 서양의 메인 요리 주변을 장식하는 가니시(Garnishㆍ고명)로 쓰이기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온갖 국적의 요리에 쓰인다.

로스트 아스파라거스│재료(4인분) 아스파라거스 45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큰술, 소금 1/4작은술, 후추, 그리비시 소스(드레싱 1/2컵-디종 머스터드 2작은술, 레드 와인 식초·식초 3큰술씩, 올리브유 1/2컵, 식용유 1/2컵-다진 삶은 달걀 1개 분량, 다진 케이퍼 3큰술, 다진 파슬리 약간)
만들기 1. 베이킹 팬에 아스파라거스를 펴고 소금과 후추, 올리브유를 뿌려 22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엷은 갈색이 돌 때까지 8분 정도 굽는다. 2. 분량의 그리비시 소스 재료를 보울에 모두 넣고 잘 섞어 소스를 만든다. 3. 접시에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올리고 그리비시 소스를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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