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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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16면

2주 연속 가수 사이먼 앤드 가펑클 얘기다. 종달새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그들이 따로 노래를 불렀다면 어땠을까.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도입부에서 아트 가펑클의 고운 목소리, ‘침묵의 소리’에서 폴 사이먼의 의미 있는 가사가 둘이 노래할 때처럼 향기로운 화음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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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낸 둘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의 겉모습을 보고 그런 조화를 알아채지는 못했다. 그들을 처음 봤을 때, 사이먼은 그저 작고 평범해 보였다. 또 키가 훤칠하게 큰 가펑클이 그런 목소리를 가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의 노래를 듣고 화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선입관, 괜한 편견에 대해 자책하곤 한다.

프로야구 시즌 초반 SK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시범경기부터 일으킨 바람이 잦아들지 않고 프로야구 전체를 주도하고 있다. 팀 성적도 그렇고, 구장의 분위기도 그렇다. 앞에서 이끌어 나가고 있다.

SK가 일으킨 바람의 한가운데에는 김성근(사진 오른쪽) 감독과 이만수(왼쪽) 수석코치가 있다. 야구계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땠나. 대부분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그랬다.

김성근 감독의 배경에는 데이터에 철저히 의존하는 일본야구가 있다. 만일의 만일까지 예상하고 준비하는 치밀함이 있다. 반면 이만수 코치의 배경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미국야구다. 스케일이 크고, 호쾌한 인상을 준다. 모든 상황을 계산하고 준비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고 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둘이 한배를 타고 가는 게 어려울 거라고 했다. 언뜻 보면 김 감독은 깐깐한 사감선생님 같고, 흰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이 코치는 만나면 반가운 이웃집 형님 같다. 그런 둘이 하나는 지휘봉을 잡고, 하나는 감독을 보좌하고 선수단을 이끌어주는 수석코치를 맡았을 때, 무슨 아름다운 화음이 나오겠느냐는 거였다.
아직 초반이지만 사람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SK의 성적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수준이고, 그 둘 사이에서는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검은색과 흰색이지만 세상 무엇보다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피아노 건반처럼 잘 어울린다.

김성근과 이만수. 현역 시절 오로지 야구만 알고, 야구에만 매달렸던 대표적인 아이콘들이다. 오히려 너무 야구에만 매달렸기에 일부에서 “야구밖에 모른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던 그들이다. 그래서 친구가 적고, 자신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많지 않았다. “화음을 만들어내기는 어렵고, 한 배를 타고 오래가기도 힘들 것”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는지 모른다.

아직 초반이지만 둘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좋게 보면, 치밀한 김 감독에게는 일본에서 지도자로서 경험한 ‘여유’가 묻어난다. 또 성실한 이 코치에게는 승부에 모든 걸 거는 딱딱함 대신 플레이를 즐길 줄 아는 ‘편안함’이 배어 있다.

사람들의 화음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이 그랬던 것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혹시 김성근과 이만수의 이름을 듣고 ‘조화’ 대신 ‘부조화’를 먼저 떠올렸다면 상대의 말을 듣고 그 반대편, 부정적인 면부터 떠올리는 ‘반박의 본능’이 마음을 지배해서는 아닌지.

네이버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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