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테러전 고삐 더 죌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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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생포됨으로써 일단 단기적으로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와 대테러전에서 추진력을 얻는 반면 미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혼란을 느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시는 14일(현지시간) 후세인의 생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할 때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TV로 생중계된 약 4분간의 연설에서 이라크 국민을 향해 "이제 후세인의 통치를 두려워할 필요는 결코 없다"면서 "이라크 역사에서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대는 끝나고 희망의 날이 찾아왔다"고 선언했다. 부시는 후세인을 "독재자"라 지칭하며 그가 곧 "정의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의 생포로 당장 이라크에서 폭력이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도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려는 테러범들과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는 그동안 후세인 지지세력들의 잇따른 게릴라식 테러 공격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으나 그를 체포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일로 부시 대통령이 하락세의 지지율을 회복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후세인 체포는 또 미국의 대선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는 14일 후세인의 체포가 부시 대통령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줬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다수 견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동안 부시의 이라크 정책을 공격해 온 민주당 대선 후보들, 특히 반전론을 앞세워 선두 주자로 부상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정치 분석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반면에 전쟁을 지지한 존 케리(매사추세츠).조 리버맨(코네티컷)상원의원, 리처드 게파트(미주리)하원의원 등에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이 혼전 양상으로 기울 수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딘은 이날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오늘은 이라크인들에게 위대한 날이고, 부시 대통령은 자축할 자격이 있다"며 일단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번 일이 부시 대통령에게 지속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후세인의 체포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공격이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후세인 돈다발 미 군정당국이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체포할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현금 75만달러(약 8억8천만원)를 공개했다.[티크리트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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