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뉴욕증시 '차이나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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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의 간판급 대기업들이 홍콩.뉴욕 증시에 잇따라 상장되면서 '차이나 붐'이 일고 있다.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자동차.통신.전자.부동산.유통업체들이 자금 조달과 기업 신용도.이미지 제고를 위해 국제 금융 무대에 본격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증시에서 최근 차이나 붐을 일으킨 기업은 창청(長城)자동차. 지난 3~8일 1억1천4백만주를 주당 13.3홍콩달러에 공모해 약 15억홍콩달러(약 2천3백억원)를 끌어모았다. 절반은 기관투자가, 절반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으나 중국 경제의 고공 행진에 대한 기대감과 홍콩 증시의 활황세를 타고 개인 공모 쪽에서 6백8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 바람에 주간사는 청약 신청서 용지를 17만장에서 50만장으로 늘렸고, 홍콩 은행들의 개인 대출 한도가 한때 바닥날 정도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다른 자동차 업체인 쥔웨이(駿威).화천(華晨).칭링(慶鈴) 등의 주가 추이를 감안할 때 공모가보다 최소한 30%쯤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뒤이어 생명보험회사인 중국런서우(人壽)가 3억2천3백만주를 주당 2.98~3.65홍콩달러에 공모하는 데서도 경쟁률이 1백69대 1에 달했다. 그 결과 최종 공모가는 주당 3.625홍콩달러로 결정됐다.

홍콩 증시에선 올 들어 11월까지 중국인민재산보험(PICC) 등 10여개 중국 기업이 상장됐고, 12월에도 중국녹색식품.푸젠쯔진(福建紫金) 등 5개 기업이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의 4대 통신업체 중 하나인 중국망통(網通.차이나 네트콤)은 이르면 내년 중 홍콩 또는 뉴욕에서 공모 절차를 밟아 상장할 계획이다. 30억달러(약 3조6천억원)를 공모한다는 목표다. 경쟁 업체인 중국전신(電信.차이나 텔레콤).중국이동(移動.차이나 모바일).중국연통(聯通.차이나 유니콤)이 해외 증시에 진출해 자금 조달 면에서 고지를 선점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G증권 상하이(上海)사무소의 신용민 소장은 "중국 기업 중 현재 19개(나스닥 6개 포함)가 뉴욕에, 6개가 런던에, 3개가 싱가포르에 상장돼 있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는 8%를 넘는 고성장에다 ▶위안화 절상 가능성 ▶금융시장 개방 폭 확대 ▶기업 구조조정 가속화 등의 호재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자금이 중국 기업들로 쏠릴 경우 아시아 지역의 다른 국가에 대한 투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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