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재래식 무기 감축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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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 크렘린궁에서 발표한 연방회의(상원)에 보내는 연두 교서에서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이행 유예를 선언했다. 미국.유럽 등과 체결한 재래식 무기 제한 협정의 이행을 중단함으로써 전력 증강에 나설 수 있다고 강하게 위협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CFE를 비준할 때까지 러시아는 이 조약의 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CFE는 1990년 미국 주도의 나토 16개국과 소련이 중심이 된 바르샤바조약기구 6개국 등 22개국이 전차.장갑차.전투기.공격용 헬기 등 재래식 무기의 보유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무기는 파괴하기로 합의한 협정이다.

러시아는 이 조약을 비준했으나,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가 그루지야.몰도바 등 옛 소련 공화국에 주둔시키고 있는 군대를 철수하기 전까지는 비준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조약의 이행을 위해 노력했으나 서방국들은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러시아의 CFE 유예 선언은 나토의 동진과 미국의 동유럽 MD 기지 건설 계획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란과 북한 등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폴란드에 요격 미사일 10기를 배치하고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미사일 기지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주 초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 동유럽 MD 기지 건설에 러시아가 동참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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