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집권 유리”자신감 가득/웃고다니는 김대중대표 「깊은 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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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관심 많은 경제·통일 분야 쟁점되자 “쾌재”/여권분열 틈타 「뉴DJ」이미지 심기 총력
요즘 김대중민주당 공동대표의 입가엔 웃음기가 가득하다.
총선 결과와 총선후 펼쳐지는 정치상황이 그를 들뜨게 하고있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자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실망감,민자당 경선에서 드러나고 있는 범여권의 분열상,그가 자신하는 분야인 경제와 통일문제가 대통령선거 쟁점으로 등장하는 환경 등이 그를 웃게 만들고 있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그는 전례없이 집권가능성에 희망을 걸고있다. 김 대표 스스로 『오늘같은 여건에서 못이기면 언제 이길 수 있느냐』고 집권의 자신감을 털어놓고 있다.
그런 마음가짐 탓인지 그는 스타일과 정책제시에 있어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또 보이려고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는 TV가 비추는 대중과의 만남 현장에서 엷은 화장을 하고있으며 어느곳이나 포킷치프(장식용 손수건)를 양복 윗주머니에 꽂고 나선다. 넥타이도 화려한 색깔을 택하는 등 의식적으로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연설할 때도 『주먹을 안흔들고,꼭 흔들 수 밖에 없어도 각도를 낮추고 진지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는게 김 대표의 얘기다.
이런 것들이 소위 민주당 내에서 거론되는 「신 김대중 이미지 창출」프로젝트의 하나다. 강성과 과격으로 인상지워진 이미지를 부드럽고 유연한 것으로 바꾸는 이미지 변신작업이다.
『정치우위 시대가 끝나고 있음을 아는 정치지도자라면 변화 하는 국민정서에 맞춰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김 대표는 반문한다.
14일 오후 마산 경남대에서 이 대학 정외과 학생회 초청으로 강단에 서는 모습도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김 대표가 이날 대학내 순수강연회에 참석하는 것은 80년 「서울의 봄」시절 동국대 강연회이래 처음.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토론과 대화의 분위기속에 진행될 것이라는게 김 대표측들의 설명이다.
40년간 실물정치 현장을 뛴 정치지도자가 정치학 전공학생들을 놓고 강의를 하고 질문을 받는 장면을 예고하고 있다.
김 대표가 준비중인 이날 연설문은 경제쪽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있다. 『세계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고부가가치제품·고기술제품을 생각해야 하며 과학기술입국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탈이데올로기시대 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할 예정이다.
민주화투쟁·정치성 위주의 과거 연설구조와는 큰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김 대표의 여유와 미소는 경제재도약과 통일문제가 대선쟁점이 될 상황에서 뜨겁게 펼쳐질 「대통령 자질론」논쟁에서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듯 하다.
그는 『이번엔 대통령 후보들이 「포장된 모습」이 아니라 「벌거벗은 모습」으로 나서야 하며 TV 공개토론회에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민자당 후보로 유력한 김영삼대표를 겨냥한 것이 분명하다. 김 대표 측근들은 『누가 똑똑한 대통령이 될 것이냐는 자질론 논쟁이 김 대표의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활발히 연설회·세미나에 참석해 『다음 대통령은 경제를 제대로 다룰줄 알아야 하며 김일성과 대좌해 통일정책을 당당하게 제시,공산당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경제·통일 대통령 대망론」을 빠뜨리지 않고있다.
자질론 논쟁과 유연한 이미지 심기는 「뉴DJ」프로젝트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그는 이같은 이미지 전략을 바탕으로 민자당 출범이래 그를 괴롭혀온 호남대 비호남 구도를 무너뜨릴 작정이다. 그의 대권행보는 그래서 더욱 흥미를 끌고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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