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도 전례없어 넉달 준비/관심끄는 지자체·지방의회 첫 특별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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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광주 서구청 등서 의회 조례개정에 반발 제소/「보좌관제」등 비슷한 건 많아 주목
대법원이 사법 사상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간의 특별소송 첫 공판을 열고 심리에 들어가 관심을 끌고있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이회창대법관)는 12일 광주 서구가 주택건설입지 심의회 조례와 동정자문위원회 조례를 개정,의회의 심의를 받도록 한 광주 서구의회를 상대로 낸 지방의회 조례안 의결 취소청구소송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석명을 통해 원고측 청구취지가 『의회의 의결이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구하는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구의회의 취소청구 소송은 잘못된 것으로 대법원이 직접 개정 조례의 유·무효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의 이날 석명은 새로 만들어진 지방자치법(제157조)이 「부당한 지방의회의 사무에 관해 지방자치단체가 대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고만 규정했을뿐 재판의 성격이나 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는탓에 혼란을 빚어온 특별소송의 소송성격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대법원은 그동안 전례가 없던 특별소송의 재판절차와 소송성격을 새로 규정하기 위해 소송접수후 4개월여에 걸쳐 연구관의 심의와 대법관 회의를 거듭해왔다.
특별소송이란 최근 문제가 된 시의회의원 보좌관 신설 등과 같이 의회의 결정에 지방자치단체가 관계법 규정 등을 이유로 반대할 경우 의회의 재의결이 있은후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직접 소송을 내는 제도다.
◇소송성격=대법원은 특별소송이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에 대해 불복하는 일반 행정소송(항고소송)과는 달리 동등한 권한을 가진 기관간의 소송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행정소송법 제46조의 규정을 적용키로 했다.
대법원은 소송제기 일로부터 지방회의가 의결한 조례의 효력이 정지되는 점을 감안,가급적 빠른시일 안에 소송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각종 행정소송을 통해 「단련」되고 내무부 등 중앙부처의 도움을 받고 있는 원고측 지방자치단체와는 달리 소송수행 경험 없이 갓 출발한 피고측 지방의회는 첫 심리에 변호사 자격이 없는 지방의원을 피고측 대리인으로 법정에 출석시키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해 순조로운 재판진행이 계속될지 미지수다.
◇현황=대법원에 계류중인 특별소송은 청주시·목포시·광주 서구 등 3개 지방자치단체가 낸 조례 5건.
원고측인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의회가 통·반장 및 동정자문위원 등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인사권 행사과정에 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고유권한을 침해하거나 상위법에 어긋나는 조례를 제정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냈다.
특히 청주시는 지방의회가 제정한 정보공개 조례가 정부·국회의 정보공개법(가칭) 제정추진중에 미리 제정되어 상위법의 근거없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있다.
따라서 이 소송결과는 정보공개법의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정부·국회에 영향을 줄 수 있을뿐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의 한계와 맞물려 소송결과 판결내용에 따라 지방행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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