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파행경선」 비난 빗발/규칙무시 장내외서 감정싸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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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큰정치」한다며 상대주장 외면 김영삼측/「새정치」 내걸고 구태선거운동 이종찬측/당내서도 “공멸하려 하나” 회의론
차기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민자당 경선이 페어플레이와 동떨어져 시종 규칙도 윤리도 무시한 저급한 계파싸움 수준에서 맴돌자 당내외로부터 호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자당 경선은 출발부터 외압설로 자유경선의 의미를 퇴색시키더니 힘겨루기와 폭로전·경선포기 협박 등으로 얼룩졌고,연설회 방식을 둘러싼 지엽말단적 이견조차 해소하지 못한채 장내·장외로 엇갈려 서로 상대를 비방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관계기사 3면>
김영삼·이종찬 두 후보진영은 9일에도 기자간담회·대책회의 등을 각각 열고 본질문제와 비껴선 『불법적 장외집회를 중단하라』 『정견발표가 수용되지 않으면 장외집회를 계속 하겠다』며 감정섞인 공방전을 벌였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조차 『당내 축제를 하자는 건지,공멸대회를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자조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바탕도 마련돼있지 않고 정치수준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경선한다는 자체가 잘못』이라는 등 경선회의론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특히 양 후보 진영이 연설회방식에 합의를 보지 못한채 김 후보측은 의견접근을 보았던 시차제 개인연설회까지 거부했고,이 후보측은 정견발표수용을 구실삼아 당선관위가 불법이라고 유권해석한 장외집회를 강행하는등 비타협적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중도관망파로 분류되는 한 고위당직다는 『후보를 비교할 수 있는 합동연설회와 정견발표를 한사코 거부하는 김후보 쪽이나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변칙적이고 불법적인 장외공세를 펼치는 이 후보쪽 둘다 한심하긴 마찬가지』라며 『김 후보는 「큰정치」를 표방하며 실제는 상대 포용에 인색한 「좁쌀정치」를 하고 있고,이 후보는 「새정치」를 하겠다면서 「헌정치」의 구태만 보여주고 있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서울지역의 대의원들은 『공정하면서도 차원높은 경쟁을 벌임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선거 본선에서의 승리를 도출해내는게 당내 경선의 본래 목적일텐데 비생산적 경쟁으로 혐오만 부르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라며 『양쪽이 한식구인지,적대관계인지 구분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김 후보추대위 김종호총괄간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의 경선은 우리 당 대의원들만을 상대로 하는 당내 행사인만큼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이 후보측의 군중집회는 명백한 탈법행위』라고 비난,군중집회의 즉각 중지를 촉구했다.
김 총괄간사는 ▲불법홍보물 배포·흑색선전 중단 ▲사무처요원의 선거운동원 중단 등을 요구한뒤 이 후보측이 불법선거운동을 계속할 경우 비상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측은 9일 ▲전당대회 정견발표와 개인연설회 합동개최 ▲김후보추대위 해체 ▲이 후보가 지목한 인사들(김윤환 전 사무총장·최형우정무장관)에 대한 추가문책등 기존의 3개사항외에 ▲당 집행부와 선관위의 완전한 중립을 요구했다. 장경우부본부장은 『경북지부 박창달사무차장이 5일 20개 경북지구당 사무국장을 소집해 김 후보 지지를 당부하며 금품을 나누어주는등 불공정사례가 추가로 수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측은 당선관위의 「불법」 판정에도 불구,11일 광주에서 이 후보돕기모임을 갖고 장외 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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