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변화 따라 달라지는 효|「내 부모」에서「이웃노인」까지 보살필 대상 넓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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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8일은 어버이날. 이날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효도를 생각해보게 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효도란「부모를 잘 섬기는 도리」. 그러나 이제는 효의 개념도「내 부모」만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적 차원에서 벗어나「모두가 우리 부모」라는 범사회적 차원으로 달라져야 한다.
오늘날 효의 개념이 이처럼 바뀌어야만 하는 까닭은 엄청난 사회변화 때문.
한국 노인복지회 조기동 회장은『경로효친 사상은 농경사회 대가족 제도에서 적합한 규범』이라고 못박고『산업사회·핵가족제도 아래에서는「사회적 효」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의 사회진출 ▲무 자녀·독신세대의 등장 ▲노령화 사회로의 전환 ▲이혼 증가 등은 효의 개념전환에 원인을 제공하는 사회 변화들.
89년 말 현재 한국여성의 경제활동참가는 전체의 40.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여성 중 74.5%가 기혼여성이다(통계청 발표). 이처럼 안팎으로 쫓기는 현대생활은 노인보호를 제대로 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조회장의 지적이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로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독신 남녀가 늘어가고, 결혼한 이들 가운데서도 자녀를 갖지 않는 가정이 생겨남에 따라 친부모-자식관계를 당연시하여 이루어진「효친」의 개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또 국제화 시대를 맞음에 따라 슬하에 자식을 두었다 해도 외국에 나가 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 된다. 90년 서울시 조사에 의하면 노인독신가구는 12.0%, 노부부만의 가구는 12.1%이며 2000년대에는 약40%의 노인들이 자녀와 별거하여 살아갈 것으로 추정되기까지 한다.
급속한 노령화 사회로의 진전은「노인이 노인을 보호해야하는」웃지 못할 현실을 가져오게 되며, 이혼-재혼 등으로 얽히고 설킨 가족관계는 자녀들로 하여금 효의 대상에 대한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세대들의 의식변화도 사회적 효로의 개념 전환을 요구하고있다』는게 사랑의 전화 정은아 상담실장의 견해. 일부 중상층 노인 층을 포함한 장년기 세대들은『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거나『젊어서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만큼 늙어서는 내 인생을 즐기면서 자유롭게 살겠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효도는「노인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것」으로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부모」의 개념을「지역사회 노인」으로 확대시켜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사랑과 정으로 돌봐주는 전사회적인 공동체의식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국가에서도 노인복지 정책에 힘을 기울여 ▲단독 노인 세대를 위한 가정 봉사원 파견 ▲낮시간 동안 노인들을 돌봐줄 수 있는 탁노소 설립 ▲단기 노인 보호시설 마련 ▲노인환자들을 위한 방문 간호제도 등을 서둘러 마련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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