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곡주·식초등 14가지 목욕코스/북경에 사우나열풍(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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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호화판 「흥화원」엔 중산층 북적/특권층 여성들 살빼기등 몸매관리 분주/개방의 실증… 이용 자체가 신분표시 기준
개혁·개방의 한목소리를 내고있는 중국에 최근 「건강목욕탕」붐이 한창이다.
▲혈액순환을 돕고 ▲피부를 젊게 하며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는 선전문구에 솔깃한 고객들이 앞다퉈 건강목욕탕을 찾고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북경에서 개장한 흥화원은 중국판 여피(yuppie·젊은층의 도시거주 전문직업인)들이 즐겨찾는 장소로 자리를 굳혔다.
흥화원은 우유·포도주·홍차·코피·식초 등 14가지의 목요코스를 준비하고 고객들을 손짓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같은 건강목욕법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으나 일단 불붙기 시작한 건강목욕 열풍은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당초 목욕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대부분의 중국인들을 겨냥,공중목욕탕으로 출발한 흥화원은 개혁·개방정책의 확대로 중국에서 신흥도시 중산층이 늘어나자 이들이 아늑한 휴식공간을 원한다는 사실에 착안,재빨리 고급사우나로 시설을 바꿨다.
흥화원같은 고급사우나의 입장료는 6위안(원·약 8백원),각종 대체로 총이용액은 50위안 수준이다.
일반노동자들의 한달 평균임금이 약 48위안인 것과 비교할때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고급사우나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중국에서는 이미 신분을 표시하는 기준이 돼버렸다.
북경시내에서 외제옷가게를 경영하는 한 개체호(자영업자)는 한달에 사우나비로 일반노동자의 5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1천위안을 쓴다고 태연하게 얘기할 정도다.
휴대용 전화기를 든 말쑥한 복장의 젊은이가 오후 5시30분쯤 승용차를 고급사우나 건물 앞에 세우고 2시간정도 약초사우나를 즐긴뒤 사우나 부속휴게실에서 마작이나 비디오게임을 하는 광경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됐다.
대부분의 사우나시설에는 오락장 이외에도 실내수영장·간이레스토랑 등이 갖춰져 있으며 방마다 독립 사우나시설도 마련돼 있어 고객들이 취향에 맞게 사우나 형태를 즐기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우나에 정기적으로 출입하는 여성고객들을 보면 중국의 자본주의화가 어느수준까지 와있는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퍼머 넌트 웨이브에 염색까지 한 눈썹,굵은 금반지」는 곧 특권층화한 여성고객들을 지칭하는 말로 곧잘 인용된다.
이들 여성들은 살을 빼기 위해 하루종일 사우나를 들락거리기 일쑤다. 사우나 고객들이 늘어놓은 사우나 예찬론은 끝이없다.
우유목욕은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차목욕은 주름살을 제거해주며 옛 황실비전 목욕물은 감기와 두통을 막는데 효험이 탁월하고 곡주목욕은 숙면에,식초목욕은 검버섯 제거와 류머티스 치료에 좋다는등 효능과 처방도 다양하다.
이같은 호화판 목욕문화를 보는 일반 중국인들의 시선이 고울리는 없다. 그러나 흥화원에서 일하는 한 종업원은 『우리는 인민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줄뿐』이라며 애써 태연해 한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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