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상점 무차별 습격/LA 흑인폭동/천여업소 피습… “무법천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차대놓고 약탈·방화 자행/곳곳서 흑인과 총성·대치/경찰은 수수방관… 교포들 전전긍긍
【로스앤젤레스지사=특별취재반】 로스앤젤레스지역 흑인폭동으로 이번 사건과 무관한 한인교포들의 피해가 의외로 크게 번지고 있다. 폭동발생 초기 사우스센트럴지역 상점 약탈·방화로 시작돼 북쪽 한인타운으로 번진 흑인들의 습격은 이틀째인 30일 한인타운 업소들과 인근 다운타운의 한인봉제공장 등에 대한 무차별 약탈·방화로 이어졌다.
30일 오후 현재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국계 2명이 숨지는 인명피해가 났으며 한인타운내 1백여개소를 포함,LA인근 1천여 한인업소가 재산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인 및 한인업소에 대한 흑인들의 습격이 격화되자 한인타운 거주 한인들은 점포를 완전철시하고 대피소동을 벌이는등 전시상태와 같은 국면에 처해있다.
○…29일 오후부터 시작된 흑인들의 시위에 자극받은 한인타운내 일부 히스패닉계 우범자들이 이날 밤부터 한인타운내 업소를 돌며 습격을 시작했으며 30일에는 수십곳에서 약탈·방화가 자행돼 한인타운은 완전 무법천지로 변한 상태다.
29일 폭동초기 코스모스전자·동양전자 등 가전제품판매업소가 털렸으며 비디오 대여점 1곳이 방화로 전소됐는가 하면 한인타운인근의 한인소유 리커스토어(주류소매점)·식료품점·슈퍼마킷 등이 약탈당했다.
○…30일에는 가주외환은행등 한인은행을 비롯,보루네오 LA지점·약국·스포츠용품점 등이 대거 털렸으며 다운타운 인근의 한인봉제공장도 약탈범들에게 털렸다. 30일 낮 하인타운내 건물 2채·아파트공사장 한곳이 방화범들에 의해 불탔고 한인타운 한복판인 버몬트가와 1가코너의 한인소유 쇼핑센터에는 흑인·히스패닉 수백명이 습격,점포 물건을 모조리 약탈해갔다.
○…흑인들은 30일을 한인타운에 대한 「방화 및 약탈 D데이」로 잡고 닥치는대로 한인업소를 공격,일부 약탈범들은 아예 차를 대놓고 물건을 마구 실어가고 있으나 경찰은 지켜보고만 있을 뿐 아무런 제지를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한인상가의 상인 및 경비원들은 M16등 총기로 무장하고 약탈범들과 대치하고 있다.
○…슬로슨가에 있는 스왑밋(저가물품 판매점)의 경우 30일 오전 약탈범들이 떼지어 몰리면서 경비원들과 총격전까지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경비원 1명이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에 앞서 29일 밤 사우스센트럴 LA에서 리커스토어를 경영하는 마틴 김씨는 점포에 난입한 흑인들로부터 머리를 맞고 물건을 약탈당하기도 했다.
○…한인타운을 관장하고 있는 윌셔경찰서측은 흑인폭동 진압과 관련,『경찰력 부족으로 손쓸 도리가 없다』며 한인들의 자체경비를 당부했다.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흑인들의 약탈이 빈발하자 한인총포상에는 총기구입을 문의하는 교포들의 전화가 쇄도하는가하면 일부 한인업소들은 점포입구에 「흑인소유」라는 팻말을 내걸어 위기를 모면하려는 안간힘도 연출하고 있다.
○…경찰·주방위군이 출동한 가운데에도 무법천지를 면치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인들의 피해가 확산되자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한인단체 등은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박종상로스앤젤레스총영사는 29일 밤,30일 현지 한인 신문·방송 등을 통해 교민들이 흑인들과의 정면대결을 가급적 피하고 조기귀가해 외출을 삼사며 교민상호간의 연락망 구축을 당부했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한인단체장 20여명은 로드니 킹사건 배심평결에 대한 한인사회의 공식입장 천명 및 대책 숙의를 위해 30일 총영사관 주선으로 대책회의를 열고 한인사회의 입장 대변을 커뮤니티자문위원회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한인커뮤니티자문위원회(회장 강득휘)는 이날 모임후 기자회견을 갖고 『로드니 킹사건 평결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하며 하루속히 현재 상황을 진정시켜 시민들이 도시복구에 동참할 수 있도록 조속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톰 브래들리LA시장은 이번 흑인폭동의 주피해자가 한인들이라는 점에 유감을 표시하고 30일 한인사회에 특별메시지를 전달했다.
브래들리시장은 「한인사회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로드니 킹 구타사건 무죄평결에 따른 흑인사회의 불만 표출이 한인업소로 퉁겼다면서 시정부가 피해복구·보상 등 가능한 방안을 강구,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