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구비문학 등 총망라|「고전문학 전집」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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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나라 고전문학 작품을 총망라한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고전문학전집」이 발간된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소장 정재호)가 두산 그룹 연강 재단으로부터 매년 5천만원씩 총 5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작업에 들어간 이 사업은 93년부터 10년간 매년 20권 내외의 책을 발간, 모두 2백여권 짜리 전집을 완간한다는 계획이다.
고전문학작품에 대한 보존과 연구는 그 민족의 문화수준을 드러내는 척도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판된 전집류는 대중을 위한 작품소개정도에 그쳤을 뿐이다. 즉 분야별로 단편적인 번역에 간략한 해설을 덧붙여 학문적인 엄밀성이 부족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학계에는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집약한 간행물들이 나와있으나 전공학자들을 위한 것이어서 일반독자가 이해하고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족문화연구소가 시작한 이 사업은 고전문학을 소설·한문학·시가·구비문학 등4개 분야로 나눠 해당문학을 전공한 전·현직교수 3백여명을 필진으로 동원해 문학계를 대표할 수 있는 결정판을 낸다는 의욕아래 진행되고 있다.
권당 국판 4백쪽 안팎 분량인 이 전집은 작품마다 원문·해제·현대문번역·주석을 실어 일반독자를 위한 한국고전문학 입문서로서뿐 아니라 학계에서 연구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연구소 측은 현재 30명의 집필자를 확정, 오는 93년 2월까지 1차분 15권을 출판할 예정이다. 이 전집에는 특히 국내최초로 번역되거나 완역된 많은 자료들이 들어있다.
1차 분의 경우 소설분야에서는 이상택 교수(서울대)가 맡은 『화정선행록』, 장효현 교수(호서대)의 『육미당기』, 김종철 교수(아주대)가 담당한 『옥수기』 등이, 한문학에서는 이영무씨(전 건국대 교수)가 번역하는 주세붕의 『무능잡고』, 석보우의 『허응당집』, 정사룡의 『호음잡고』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전집은 완간과 함께 내용 전부를 전산자료로 입력, 광디스크 등의 대용량보조기억장치에 담아 컴퓨터에 의해 즉각적인 주제별 검색과 활용이 가능한「한국고전문학 데이터 베이스 시스팀」으로도 구성할 계획이어서 한국학의 연구자료로서 큰 몫을 하게 될 전망이다.
서울대 국문과의 조동일 교수는 이 전집출판에 대해 『정부수립 후 45년이 지나도록 단 한차례도 고전문학을 정리하는 전집이 나온 일이 없었다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이며 문화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수치』라고 말하고『이제라도 학계에서 전집을 내기로 함으로써 국문학사뿐 아니라 민족사적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조교수는 『앞으로 전집이 완간되면 고전문학 입문자들까지 필사본과 고본상을 뒤져야했던 후진성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및 집필자 선정 등 출판과정 일체를 맡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는 그 동안 고전문학전공 대학교수 및 연구학자들의 전국모임인 고전문학연구회 등에서 기본 사업계획과 간행목록을 발표하고 토의해왔으며 오는 5월2일 오후3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한국고전 문학전집』집필자 회의 및 공청회를 열어 발간사업의 현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집필지침 및 표준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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