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체코요정 한국에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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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60년대 세계최고의 체조요정이 관리로 변신, 한국에 왔다. 26일 방한한 베라 차슬라브스카(50)는 64년 동경·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금메달7개·은3개를 휩쓸며 세계 체조를 풍미했던 장본인.
차슬라브스카는 노태우(노태우)대통령의 초청으로 공식 방한한 바츨라프하벨 체코슬로바키아대통령의 사회담당보좌관 자격으로 온것.
차슬라브스카는 지난68년 체코 자유화운동(프라하의 봄)당시 반소 시위에 앞장섰다가 숙청 된 후 89년 민주화열풍에 힘입어 복권, 최근 하벨 대통령에 의해 측근 고위보좌관으로 발탁됐다.
차슬라브스카는 18세 때인 60년 로마올림픽에서 단체전에서만 은메달1개를 땄을 뿐 개인종합에서는7위에 그쳤으나 64년 동경올림픽에서는 당시 세계무대를 석권하던 최강 소련의 라리사 라티니아를 누르고 개인종합 타이틀을 거머쥔 것을 비롯해 평균대·뜀틀에서마저 우승, 3관 왕에 올라 세계체조의 여왕으로 올라섰다.
당시 차슬라브스카는 아름다운 용모, 매력적인 율동으로 세계 체조계에 선풍을 일으키며 동경올림픽의 꽃으로 화려한 스폿 라이트를 받았다.
이어 차슬라브스카는 68년「프라하의 봄」이 소련의 탱크에 의해 짓밟힌 지 두달 만에 열린 멕시코 올림픽에서도 개인종합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체조요정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이때 그녀는 마루운동에서 소련의 라리사 패트릭과 공동우승을 차지, 시상대에 나란치 올라 체코국가에 이어 소련국가가 연주되자『소련의 침략만행에 저항하는 최소한의 저항』이라며 그대로 퇴장, 관중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올림픽직후 차슬라브스카는 멕시코성당에서 그 동안 사귀어온 조세프 오들로질(동경 올림픽 육상1천5백m 금메달리스트)과 결혼식을 올렸다.
21년만에 복권된 차슬라브스카는 수도 프라하시장·일본대사 등 일체의 공직제의를 거절한 채 체육업무에만 매달리다 그녀의 국민적 인기와 국가에 대한 공헌을 인정한 하벨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전격 발탁된 것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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