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프랑스' 깃발 … 좌우 총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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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左)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가 22일(현지시간) 대통령선거 1차 투표 개표 결과 나란히 1, 2위로 확정돼 5월 6일 치러질 결선 투표 진출에 성공하자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파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나침과 부족함의 승부.' 프랑스 일요신문 르주르날 뒤디망슈(JJD)는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일인 22일,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 좌파 세골렌 루아얄의 대결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나침은 사르코지의 강한 이미지를, 부족함은 루아얄의 경솔함을 가리킨 말이었다.

지나침과 부족함의 승부는 최고의 흥행 속에 1라운드를 마쳤다. 투표율이 83.8%로 1974년 대선 이후 가장 높았다. 세계의 지도적 국가에서 '보통국가'로 전락한 프랑스를 현재의 위기에서 구하고 '강한 프랑스'를 만들 지도자를 내 손으로 뽑겠다는 참여의식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200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저조한 투표율 때문에 좌파 후보 대신 극우파 후보가 결선에 진출한 충격적인 일을 떠올린 좌파와 좌파 단결에 대응해야 한다는 우파가 모두 투표에 열성을 보인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22일의 1차 투표에서 사르코지와 루아얄은 각각 31.2%와 25.9%를 얻어 1, 2위를 차지하며 나란히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유권자들은 좌우 할 것 없이 '강한 프랑스'를 원하고 있으며, 이 두 후보도 이를 지향한다. 문제는 강한 나라를 만드는 방법이 크게 상반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코지는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사회당의 루아얄은 더욱 공정하고 깨끗한 정부를 만드는 게 강한 프랑스를 만드는 길이라고 외쳐왔다.

우파 성향의 지지자들은 지금의 '늙은 프랑스'를 강한 나라로 탈바꿈하려면 불도저 같은 추진력의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르코지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사르코지는 선거기간 내내 '함께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슬로건 아래 개혁을 통해 침체에 빠진 프랑스를 경쟁력 있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정책들을 제시했다.

루아얄도 '강한 프랑스'를 내세우지만 방법은 극과 극이다. 루아얄은 '더 공정하면 프랑스는 더 강해진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회보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프랑스 유권자들의 선택은 강한 프랑스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될 전망이다. 결선투표는 5월 6일 실시된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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