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안전 생각에 피곤함 잊어"|기관차 백만km 무사고 운전-부산 철도청 배갑영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기관실에 앉아있을 때면 혹시 실수로 사고를 내지 않을까 항상 가슴을 졸여왔는데 사고 없이 1백만km를 달려왔다니 기쁠 뿐입니다.』
23일 오전 11시 서울역을 출발, 오후 3시10분 부산역 5번 홈에 도착한 7315호 새마을호 열차를 운전, 무사고 1백만km를 달성한 부산 지방철도청 부산기관차 사무소 소속 기관사 배갑영씨 (55).
배씨는 이날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부산 지방철도청이 마련한 축하 행사에 참석, 김길수 청장으로부터 무사고 운전 1백만km 휘장과 화환을 받고 가족·친지·동료 등 1백여명의 열렬한 축하를 받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배씨가 이날 1백만km 무사고 운전을 달성한 지점은 경부선 고모∼경산역간 서울기점 3백31.5km 지점.
66년 11월16일 철도청 부산기관차 사무소의 증기기관차 수리공으로 입사, 74년9월1일 열차 운전을 시작한 이래 17년8개월만에 지구를 25바퀴 도는 거리의 철길을 달린 것.
배씨의 무사고 운전 1백만km 기록은 71년 당시 부산 기관차 사무소 소속 기관사였던 이동진씨 (67)가 처음 수립한 이후 전국에서 1백99번째.
83년 철도청장의 무사고 40만km 달성 표창, 89년 교통부장관의 무사고 80km 달성 표창을 받기도 한 배씨는 철도 직원의 꽃인 기관사가 된 이후 단 한번도 무단 결근을 하지 않은 모범적인 기관사. 기관사가 된 후 주로 경부선 새마을호 열차를 운전, 1주일에 한번 꼴로 쉬면서 절반을 서울에서 잠을 자야했던 배씨는 비록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철도 승객을 수송하는 직업에 회의를 느껴본 적은 없었다고.
「기관차 점검을 철저히 하고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 무사고 운전의 첩경이라고 생각한다는 배씨는 『남이 잠자고 놀 때 졸음을 참아가며 끝이 보이지 않는 철길을 달리는 것이 괴롭기도 하지만 승객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셨을 때 피곤함이 말끔히 사라진다』며 활짝 웃었다. 【부산=강진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