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에 거둔 스포츠 외교의 값진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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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태권도가 오는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사실상 채택된 것은 위기에 몰린 한국 스포츠가 막판 외교에서 거둔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당초 중국·일본의 고유 무술인 우슈·가라테가 정식 종목으로 확정된 반면 태권도가 빠진 것을 뒤늦게 서야 알고 국내의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급기야 로비에 나서 극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가 90 북경 대회에서 제외된 후 94년 대회에서 마저 또다시 밀려날 경우 올림픽의 정식 종목 채택은 물론 한국의 스포츠 위상마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이같이 되자 뒤늦게 한국은 체육청소년부·KOC·아시아 태권도 연맹 등을 주축으로 사절단을 구성, 동남아·중동 등 10개국에 파견, 로비를 펼쳤다.
또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셰이크 아마드 OCA 회장 (쿠웨이트)에게 한국에 대한 지지를 유도해 내 어느 정도 지지 세력을 확보해 나갔다. 이와 함께 김종렬 KOC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 대표단은 지난 19일 히로시마로 건너가 20일부터 시작된 OCA 총회를 앞두고 로비를 펼쳤다.
그러나 외국 대표단들은 회의가 시작되자 ▲태권도의 채점이 비과학적이며 ▲한국이 메달을 독식해 정식 종목으로의 채택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여기에 한국은 ▲태권도가 아시아 28개국, 세계적으로 1백28개국이나 보급돼 있으며 ▲채점의 공정성이 많이 향상돼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설득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김운룡 IOC위원은 2000년 올림픽 유치 신청을 낸 북경에 대한 지지를 담보로 웨이지중 OCA 스포츠 개발 위원장에게 압력을 넣어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일단 성공했다.
한편 아랍권은 태권도의 보급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처음부터 한국의 입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22일의 OCA 총회는 예정된 시간을 1시간30분이나 연장하는 열띤 논쟁 끝에 기존 25개 종목과 우슈·가라테 등 6종목을 합쳐 31개 종목을 정식 종목으로 결정하고 집행위에서 제안된 태권도·세팍타크로·카바디·보디빌딩 등을 정식종목에 추가할 것을 건의하는 절충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OCA 회장, 일본 올림픽위원회 (JOC), 히로시마 조직위원회 (HAGOC)가 협의해 9월 말까지 최종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얼마나 빨리 확정, 공표 될 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또 전체 종목 및 출전 선수의 규모 조정 과정에서 태권도의 체급이 몇개로 정해질지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히로시마=김상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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