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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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3년 공개된 이불합작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예술이냐 외설이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성행위의 묘사가 그 무렵으로서는 파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가 극히 제한된 우리 관객에게 선보인 것은 그로부터 약10년후였는데 관람한 사람들의 반응은 「뭘 그 정도 가지고 호들갑이냐」는 것이었다.
10년전에 관람했더라면 성행위의 과감한 영상표현에 역시 놀랐을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예술을 통한 성의 표현은 어지간해서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못한다. 그만큼 성은 개방될대로 개방됐고,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개방풍조에 휩쓸리도록 되어 있다. 영상이 아니라 연극무대의 실연에서도 성행위가 스스럼없이 연출되고 있는 세상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영화나 연극 등 예술을 통한 성의 표현은 예술의 특성상 불가피한 것일수도 있다. 문제는 일반적인 성개방풍조 탓에 일상생활의 구석구석에까지 성충동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요소들은 성인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을 곧바로 악의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작용을 한다. 청소년들의 성범죄가 나날이 늘어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얼마전 어느 국민학교에서는 4학년 남자어린이가 같은 반의 여자어린이를 상대로 「어른 흉내」를 내려다가 발각돼 큰 소동이 벌어졌었다.
이 어린이는 학교근처 문방구점에서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이 인쇄된 문구류를 구입해 그대로 실연해 보려 했다는 것이었다.
80년대 중반이후 청소년들의 성범죄는 해마다 10∼15%씩의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얼마전 YMCA가 대도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폭력실태조사에서 21.6%의 청소년들이 「끔찍한 방법으로 성행위를 하고싶다」고 응답해 충격을 준일도 있었다.
국제형사기구(인터폴)의 범죄통계에 따르면 강간등 성범죄의 발생비율에서 한국이 미국·스웨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청소년 성범죄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이 부꾸럽다.<정규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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