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혐의” 정몽헌 부회장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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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연초 그룹 6인운영위 참여… 5개사 관할
○…현대상선의 58억원 탈세사건과 관련 21일 구속될 것으로 알려진 부회장 정몽헌씨(44·정주영 국민당대표 5남)는 그동안 매스컴과의 접촉을 피해온 베일에 가려져있는 인물이다.
「말을 잘 못해 언론과 만나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나서지 않고 조용한 성격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정몽헌씨는 정주영씨가 정치활동 선언을 한 직후인 올 연초 현대전자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됐다. 이는 단순히 한직급 올라갔다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현대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사장단 운영위원회의 6인 회장 멤버에 끼게 됐음을 말한다. 6인 멤버중 정씨 일가는 정씨 동생인 정세영 그룹회장과 2세인 몽구(54·현대 정공 회장)·몽헌씨 등 세명이다.
몽헌씨는 묘하게도 대출금 유용시비등으로 최근 정부의 대현대공세에서 집중포화를 맞고있는 현대전자와 현대상선을 주력기업으로 갖고있어 큰 상처를 입고있다. 그는 두 회사를 포함해 현대엘리베이터·현대알렌브렌들리·현대테크시스팀 등 5개 회사(연간매출액 1조7천억원)를 관할하고 있다.
전자와 상선은 어쨌든 몽헌씨의 땀이 밴 회사다. 두 업종은 대규모의 자본투자산업이면서도 그동안 상황이 안좋아 고전을 면치 못하다 최근에야 투자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터였다.
전자산업은 정주영씨가 몽헌씨의 꼼꼼하고 학구적인 성격을 보고 맡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몽헌씨는 설립때부터 9년간 이 회사사장을 맡아 2조원을 투입,반도체분야에서 국내 2위업체로 만들었고 연세대 국문학과 출신임에도 임원들이 그의 안목에 놀랄 정도로 전자전문가가 됐다. 전파산업진흥협회장·전자공업진흥회 부회장·반도체산업협 부회장 등 직책이 이를 말해준다.
현대상선이 국내 3∼4위이던 81년 사장을 맡은 그는 자본투자가 손쉬운 오너라는 덕도 있고해서 84년부터 이 회사를 1위업체로 끌어올렸고 해운불황속에서도 87년 이후 흑자를 내왔다.
그의 형제중 몽구·몽준(6남·국회의원)씨는 부친의 성격을 닮아 꽤 적극적이나 몽헌·몽윤(7남·현대해상화재 대표)씨는 조용하고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몽헌씨는 신입사원 씨름대회에서 1등을 하고 골프도 장타인 강골이지만 「화가 나도 내색을 하지않고,키운 인력은 불황기에도 해고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임직원들은 평한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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