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뮤지컬] 멜로부터 힙합까지 … 다양함으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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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에서 댄스스포츠, 그리고 힙합까지. 현재 공연 중인 작품들을 보면 한국 뮤지컬이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화제가 되고 있는 다섯 개의 작품을 간략히 소개한다.

# 첫사랑=첫사랑과 결혼에 골인한 인생만큼 행복한 인생도 없겠지만,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 한 줌 없는 인생만큼 아쉬운 인생도 없을 터. 누구나 한 번은 홍역처럼 앓게 되는 첫사랑의 열병. 뮤지컬 '첫사랑'은 불발로 끝난 첫사랑을 노래한다. 사랑을 나눈 아침 주인공 해수는 반지를 끼지 않은 선이를 오해하고, 선이는 해수에게 꿈을 찾아 바다로 떠나라 한다. 화학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무공해 식품으로 잘 차려진 식탁 같은 공연이다.

.아쉬운 점=때로는 맵거나 짠 음식도 먹을 필요가 있다. 담백함은 좋지만 밍밍함은 싱거우니까.

# 래퍼스 파라다이스="이 노래는 진정으로 사랑했던 누군가를 떠나보낸 모든 사람들에게 바칩니다." 퍼프 대디가 절친했던 친구, 비기(B. I. G)를 추모해 만든 'I'll Be Missing You'의 시작은 이렇다. 90년대 초중반 미국 갱스터 랩의 양대 산맥으로, 서로 반목과 질시의 대상이었던 비기와 투팍은 어느 날 함께 의문사하게 된다. '래퍼스 파라다이스'는 바로 이 두 실존 갱스터 래퍼에 대한 이야기로 오로지 랩으로만 진행되는 세계 최초의 랩뮤지컬이다.

.아쉬운 점=최초(最初)는 훗날 최고(最古)가 될 수는 있지만, 최고(最高)가 되란 법은 없다.

# 위대한 캣츠비=이 세상 모든 C급 인생을 위로하는 뮤지컬. 주인공 '캣츠비'는 대학을 졸업한 백수. 그에겐 6년을 사귄 여자 친구가 있지만,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 캣츠비는 강권에 못 이겨 선을 보게 되는데, 거기서 그와 같은 C급 인생 '선'을 만나게 된다. 동명의 만화가 뮤지컬로 진화한 경우로, 대한민국 최고 연출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박근형 연출가의 뮤지컬 첫 도전작.

.아쉬운 점='위대한 캣츠비'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하지만 '위대한 하운드'가 있다.

# 쓰릴 미=1924년 어린아이의 유괴,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용의자는 유대인계 대부호의 아들이자 장래가 촉망받는 리처드 로엡과 네이선 레오폴드. 이들은 '완전 범죄'를 꿈꾸며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을 벌이고, 이 사건으로 미국은 발칵 뒤집힌다. 이들의 이야기를 무대로 옮긴 '쓰릴 미'는 제목의 'thrill' 뜻 그대로 소름끼치게 하는 오싹한 뮤지컬. 2인극 형식 속에 유괴와 살인, 동성애의 파격적인 주제를 다루며 관객을 떨게 만든다.

.아쉬운 점=적절하게 이용되는 조명효과는 신선하나 자꾸 사용하면 식상해진다.

# 댄서의 순정=무비(movie)와 뮤지컬(musical)을 합친 무비컬(movical)로 다시 태어난 '댄서의 순정'. 옌볜 처녀가 서울에 와 댄스 퀸으로 다시 태어나고 사랑까지 찾게 되는 원작 영화의 스토리를 무대 위에 그대로 옮겼다. 차차차.탱고.룸바 등 다양한 춤사위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 유진. 연기.춤.노래 모든 면에서 성공적으로 무대 입성을 마친 유진과 감초 역할의 멀티맨 김진수의 연기가 볼 만하다.

.아쉬운 점=볼거리는 풍성하다. 하지만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스토리 전개는 미약하다.

김일송 (scenePLAYBILL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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