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과거… 민족 재결합해야”/김일성 워싱턴 타임스지와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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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핵사찰 받을 모든 준비 돼있다/「합의서」는 통일 투쟁의 큰 진전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고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한 김주석의 입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강대국들이 수천,수만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는데 핵폭탄 한두개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는 핵무기 운반체제도 없다. 우리는 핵사찰을 받을 준비가 돼있다. 남아있는 유일한 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우리가 결정한 사실을 통보하는 일이다.』
­80회 생일을 기해 김정일 서기에게 추가로 책임을 승계할 계획이 있는가.
『그는 이미 나라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일이 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나는 몇가지 외교적인 일만 맡고 있다.』
­21세기 아시아에서 북한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강대국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내가 연방제 통일안을 제의했을때도 밝혔지만 우리나라는 강대국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비동맹·중립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미국 대사관이 언제쯤 평양에 세워질 것으로 보는가.
『기다려 보자. 양국간에 결정할 문제이지만 나는 가능한 가장 빠른 시일안에 미국 대사관이 설치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그럴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는 준비가 돼있다.』
­한반도 통일은 언제쯤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가.
『우리나라의 단결에 달려있다.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고 모든 국민이 재결합하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김주석은 한국 사람들이 서로 과거를 잊고 뭉칠 준비가 돼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우리는 쓰라린 과거를 잊고 재결합할 수 있다. 과거를 논란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는 미래를 보아야 한다.』
­미국 국민이나 미국 대통령에게 전할 말이 있는가.
『내 생일을 맞아 미국 국민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두나라 국민이 평화롭게 지내자는 것이다. 지난번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평양에 왔을때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나에게 전달했다. 나도 미국 국민과 우리 국민간에 봄이 왔다고 회답했다.』
­북한의 경제개방과 외국투자 전망은.
『우리는 경제 자주성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가와 경제 및 기술교환과 협력을 계속할 것이다.』
­중국의 경제개방모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의 실정에 알맞은 정책모델로 간주,지지한다.』
­남북대화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남북기본합의서는 통일을 위한 투쟁에서 위대한 진전이다. 이 대화를 민족통일에 연결하기 위해 합의서의 만족스런 이행을 바라는 온 민족의 열망과 일치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은 아시아와 한국에서 철수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일본이 재무장해야 될 것이라고 보는데….
『우리는 미국이 아시아로부터 철수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미군이 철수한다고 해서 일본이 군사강국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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