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로 보는 소비패턴 변화(생활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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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0년대들어 교육비용 급증/교육열 높아져 피아노·전산학원 등 성업/최근엔 자가용등 교통비 부담 크게 늘어
불과 10여년전까지만 해도 19공탄(연탄)은 다목적 연료였다. 온돌방을 데우고 밥을 짓고 물도 데웠다. 그러던중 석유풍로가 나와 밥짓고 찌개끓이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요즘은 도시가스나 LP가스를 더 많이 쓴다. 따라서 요즘 도시의 일반 가정에선 연탄을 사는데 그전과 같이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대신 도시가스나 보일러를 가동시키는 경유를 사는데 비용이 더 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꾸 변한다. 기술이 개발돼 새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그전보다는 나은 상품을 써보고 싶어한다. 따라서 소비유형도 달라지게 된다.
오랫동안 가계부를 써온 주부들은 이같은 변화를 쉽게 느낀다. 그전에는 가계부 기록품목에 끼지 못했던게 등장하는가 하면 사라져버리는 것도 있다. 이런 소비흐름을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가 정부가 조사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조사대상품목에 무엇이 새로 들어가고 어떤게 빠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도시가구가 소비생활을 하기 위해 사는 상품가격과 서비스요금을 조사해 지수로 발표하는 것이다. 도시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중 1만분의 1(0.01%)을 넘는 품목에 대해 조사한다. 85년을 기준으로 해 3월물가까지 발표된 것은 월평균지출액(85년기준 32만3천3백13원)이 32원을 넘는 4백11개 품목을 조사한 것이다. 4월부터 발표될 새소비자물가지수는 90년기준 월평균 지출액이 68만4천7백76원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68원이상인 4백90개 품목을 조사한다.
1936년 소비자물가가 처음으로 조사될때 그 품목은 쌀·콩·쇠고기·계란·소금·설탕·청주·간장과 당시 가정의 주된 연료인 숯정도였다.<표참조>
그러다가 전국적으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 65년에는 양배추·고등어·금·아이스케이크 등이 새로 들어갔다. 이때 낙지·유부 등은 빠졌다. 70년 기준 품목의 변화는 고속버스료의 추가로 특징지워진다.
우리나라에도 고속도로가 건설돼 전국이 1일 생활권이 되면서 고속버스는 상당히 빠르고 쾌적한 교통수단으로 인식됐었다. 이때 항공료·택시요금·피아노·냉장고·밀감 등이 새로 추가됐다.
75년에는 기성복시대가 열리면서 기존의 맞춤 신사·숙녀복외에 기성신사복이 새로 들어갔다.
80년에는 소비생활에 더욱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색채혁명을 일으킨 컬러TV의 등장이 당장 눈에 띈다. 지하철·전철시대가 열리면서 전철료가 추가됐다.
세탁기·가스레인지가 중요한 가정용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으며 서양의 고급술인 위스키가 전통술인 약주를 밀쳐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50,60년대의 상징이던 밀·건빵·포마드·잉크·흑백필름 등은 이때 탈락됐다.
85년 기준 품목변화의 특징은 각종 학원비의 대거 입성이다. 과외는 금지됐지만 높은 교육열은 학교수업을 마친 자녀들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아노학원비·주산학원비·전산학원비·입시학원비 등이 새로 추가됐다. 그러나 성인들의 양재학원비는 빠져 대조를 이뤘다. 술소비문화에 변화가 오면서 생맥주가 등장했다. 좌석버스가 등장함에 따라 대중교통비에 좌석버스요금이 추가됐다. 90년 개편의 특징은 자가용 승용차 등 개인교통비용의 비중 확대다. 85년기준 조사품목에는 자전거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형 및 중형승용차·휘발유·엔진오일·자동차주차료·자동차보험료 등 여섯개가 한꺼번에 늘어났다. 전체 조사품목을 1천으로 본 가중치도 0.3에서 40.7로 크게 높아졌다.
대중교통비용으로는 시내버스·고속버스·통일호와 무궁화호 기차료,전철료 등은 줄었는데 새마을호 기차료가 새로 추가됐으며 항공료·택시요금은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나 비둘기호 기차요금은 아예 대상에서 빠졌다.
아파트 생활가구가 늘어나면서 아파트관리비·이삿짐 운송비·보일러 등이 새로 추가된 반면 기와·창호지는 빠졌다. 건강·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등산화·낚싯대·에어로빅 등 운동강습료,VTR와 테이프 대여료,우황청심원 등이 새로 추가됐다. 수입식품이 몰려오고 외식을 많이 하면서 수입쇠고기·바나나·햄버거·튀김닭 등이 새로운 조사대상품목으로 선정됐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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