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신입생 선발 성적순 아니라 인성·창의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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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앞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신입생은 성적순이 아니라 인성과 창의력을 보고 뽑겠습니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19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코리아리더스 포럼에 주제 발표자로 참석, "현재 교무처장 등이 학생선발위원회를 구성해 성적순 선발을 배제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포럼은 매달 공학한림원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행사로, 이날의 주제는 '기술융합의 추세와 전망'이었다.

서 총장은 "KAIST 학생의 70%가 과학고 출신인데, 이들을 놓고 매긴 순위는 의미가 없다"며 "지난달 말 과학고 교장들과 한 간담회에서 KAIST에 제출하는 입학서류에 등수를 기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과학고에 입학한 1500여 명은 하나같이 우수한 학생이므로, 등수가 아닌 미래형 인재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설명이다. 서 총장은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있는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성의 소유자인지 등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서 총장은 최근 과학고에 다니면서 현재의 학생선발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책상 앞만 지키는 '공부벌레'가 돼 있더라"며 "이는 교육이 아니라 길들이기일 뿐으로, 대학이 이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기업체 최고경영자(CEO)가 "KAIST 졸업생의 경우 맡긴 일은 잘하지만 보직이 주어지면 리더십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서 총장이 선발 방식을 바꾸는 데 한몫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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