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수준 높은 술 문화 정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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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술에 대한 지식은 전문가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교양으로 갖추어야할 지식이죠. 특히 발효 술인 포도주는 알칼리성이어서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수준 높은 술 문화가 뿌리내릴 때입니다.』
최근 자신이 쌓아온 22년 동안의 식-음료계 경험을 바탕으로『현대인과 와인』이라는 이색서적을 출간, 화제를 모으고있는 김한식씨(44·서울힐튼호텔 식-음료부 차장)는 우리민족이 선뜻 내세울만한 주류문화가 없다는 점은 아주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독일의 맥주, 프랑스 코냑, 영국의 스카치, 러시아 보트카 등 선진국 대부분이 뛰어난 국주를 생산하고 국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반해 대부분의 양주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오랜 술 역사에 걸맞지 않다고 했다.
『술의 문화는 그 나라민족문화를 투영하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술 문화에는 사람들의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이 깃들여있어요. 술과 더불어 역사가 뒤바꿔지기도 했고 영웅이 탄생하기도 했지요. 요즘처럼 술자리에서「폭탄주」를 돌리는 잘못된 습관은 고쳐져야 합니다.』
그는 제주출신으로 경희대호텔전문 지배인과정을 마친 뒤 71년 로얄호텔 식음료 부에서 위스키·샴페인·보트카·칵테일 등 각종 주류업무를 익히기 시작해 워커힐호텔(74년)과 힐튼호텔(83년)을 거치는 22년 동안 독보적인 술 전문가가 됐다. 술 전문가가 희귀한 우리실정에서 프랑스 보르도·버건디 등 포도주 본산지 외에도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스위스 등 유럽 전역을 몇 차례 돌며 위스키·맥주·코냑 등 각종 술에 관한 연수과정을 거치는 등 수업도 쌓았다.
『우리에게도 문배주·안동소주·동동주 등 훌륭한 전통주가 있어요 .좀더 깊이 있게 연구 개발하면 국제적인 술로 상품화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품위 있는 술 문화 정착과 지속적인 제품개발 노력만이 정상의 술을 창조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주류에 대한 정부의 배려와 국민적 관심이 아쉽다는 그는 우리 나라에서도「전통 술의 개발이 국부의 기틀이 된다」는 새로운 인식이 뿌리내리길 희망했다.<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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