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돈 정치자금화 논란클듯/현대전자의 대출금 유용 파문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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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곳곳에 자금출처은폐 「돈세탁」흔적/“정대표 견제위해 서둘렀다”관측도
현대전자의 대출금 유용사실이 발표돼 현대그룹과 정주영 명예회장·통일국민당은 「3위일체」라는 소문을 떨어버리기 힘들게 됐다. 이번 사건은 특히 공당으로 출범한 통일국민당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는 동시에 「현대와 국민당은 별개」라는 정주영씨의 주장은 신뢰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작년 11월 정주영씨 일가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이후 정부와 현대의 승강이는 일진일퇴의 양상을 보였는데 이번 일로 현대가 수세에 몰리게됐다. 현대측은 나름대로의 입장을 해명하고는 있으나 「꼬리표가 있는 돈」인 수표추적에서 자금흐름이 밝혀져 당황하고 있다.
은행감독원이 3일 밤 현대의 자금유용 사실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정주영 대표 및 국민당의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는 나돌고 있다.
은행감독원이 3월초 자금유용에 관한 혐의를 잡고 좀더 확실한 증거를 포착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는 동안 『왜 그렇게 소극적이냐』는 상부의 채근이 있었다는 후문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또 현대전자에 4일까지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해놓고 3일 저녁,부랴부랴 발표한 점도 석연찮다. 한편 은행감독원이 발표한 현대측의 대출금유용과정을 살펴보면 몇군데서 자금출처를 감추기 위한 「돈세탁」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48억3천만원을 외환은행(계동지점)에서 수표로 대출받아 이를 현대가 대주주인 강원은행(서울지점)에 잠시 넣었다가 강원은행수표로 인출한 대목이다. 외환은행 계동수표를 그대로 정주영씨 계좌로 입금시킬 때 자금출처가 쉽게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강원은행에서 수표로 찾은 돈중 30억원은 중앙투자금융에 있던 현대전자의 가명계좌(계좌명 한일)에 일단 입금시킨후 찾을때도 그냥 찾지 않고 조흥은행 명동지점을 거쳐 수표로 찾아 국민당계좌로 넣은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과정이 모두 수표로 연결됨으로써 돈흐름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드러났다고 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이번 일은 총선을 앞두고 기업자금,그중에서도 여신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주력업체의 대출금이 선거자금이나 그밖의 다른 용도로 유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우려를 뒷받침했다. 주력업체제도는 작년 6월 도입될 때부터 이같은 우려를 안고 있었는데 현대전자건으로 이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며 다른 주력업체(30대그룹의 76개)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과연 없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어쨌든 이번 일로 현대전자는 무엇보다 주력업체취소라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됐다. 그룹마다 3개씩 선정할 수 있는 주력업체중 한개를 완전히 박탈당하게 됨으로써 앞으로 다른 그룹에 비해 그만큼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심상복기자>
◎정대표의 정치자금 관련 발언/국민당 자금 모두 내 주식팔아 충당”
▲정치자금을 내온 사람으로서 정경유착의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나서서 고리를 끊겠다. 그래야 정치와 경제가 올바로 된다.(92.1.8,청와대정치헌금을 밝히면서)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즉각 실시해 부정부패의 온상을 척결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부패 금권정치를 개혁하며 국민경제의 질을 개선한다.(92.1.10,국민당 창당발기문에서)
▲정직하게 말하건대 국민당조직책에 대한 창당준비금은 3천만원씩외에 일체 준적이 없으며 2억원씩 주었다는 루머는 사람잡는 것이다.(92.1.28,창당준비를 위해 돈을 많이 뿌리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나는 국민당 창당이후 현대자금을 한푼도 쓰지 않았다. 과거 주식을 팔아 조성한 돈으로 정치자금에 충당하고 있다. 골빈 사람이나 현대자금이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것이 숫자다.(92.2.25,중앙당사 기자회견에서)
▲작년 10월 이후 은행등 제1금융권에 이어 최근 단자사등으로부터의 자금차입이 완전히 막혔으며 또 사채시장에서도 현대어음매입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면서 더이상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92.2.29,「금융제재해제」탄원서를 제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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