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관등 시위군중 난입·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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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엔제재결의 강력 항의/외교관 피난 권고/시리아등 아랍권도 동조
【트리폴리 AP·이타르­타스=연합】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2일 성난 군중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리비아 제재결의 채택에 찬성한 러시아 및 서방공관들을 공격하거나 주변에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화염병 등을 던지며 난입한 베네수엘라 대사관이 크게 파손됐고 러시아 공관도 차량이 불타는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지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10여명이 부상했으나 외교관은 다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하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이날 성명을 통해 리비아인의 자제를 촉구했으며 현지 치안 당국도 외교관들에게 긴급 피난을 권고하는등 사태수습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베이루트 소재 친리비아 지하세력은 이날 서방에 대한 「자살공격」을 경고했으며 그간 침묵하던 시리아도 트리폴리측을 두둔하고 나서는등 아랍권 전체로 파문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미구엘 라이디 주리비아 베네수엘라 대사는 시위대가 화염병과 돌 등을 던지면서 대사관에 난입,집기와 유리창 등을 닥치는대로 부쉈다고 전하면서 『건물이 완파됐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러시아 대사관도 공격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대사관 차량을 불태웠다. 러시아 외교관은 『(리비아)정부가 시위를 주도했음이 명백하다』고 흥분하면서 『경찰이 충분히 소요를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시위는 이밖에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 및 헝가리 등 안보리 결의 채택시 찬성한 국가들의 공관에 대해서도 일제히 전개됐으나 난입등 극한 상황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시위대는 안보리 결의 지지국 외교관들과 리비아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국민에게 즉각 출국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시위대는 반면 안보리 결의 채택시 기권한 인도 및 모로코 대사관 앞에는 꽃을 갖다 놓는 대조를 보였다.
리비아에는 한국인 근로자 5천여명 및 인도인 약 1만5천명을 비롯,모두 1백만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친리비아 지하 단체 「범아랍행동기구」는 이날 베이루트에서 성명을 통해 대리비아 제재에 동참하는 서방국들에 대해 「자살 공격」을 가할 것임을 경고했다.
이스라엘 점령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 지구에서 활약해온 팔레스타인 지하세력도 성명을 발표,안보리 결의를 규탄하는 파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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