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캄 난민 귀국길/14년 “더부살이” 청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37만명중 1차 5백27명 태서 송환/기금난·정파싸움 평화정착 찬물
지난 14년동안 이웃나라 태국에서 더부살이하던 캄보디아난민들이 마침내 그리던 고국땅을 밟았다.
약 37만5천명으로 추산되는 캄보디아난민 가운데 우선 5백27명이 지난달 30일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인도아래 귀국했다.
이번에 이루어진 1차 난민송환조치는 지난해 10월 파리에서 체결된 캄보디아평화협약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정식업무에 들어간 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UNTAC)의 첫 주요 성과다.
UNTAC는 UNHCR와 긴밀히 협조,사상 최대규모가 될 「캄보디아난민송환작전」을 올해말까지 끝낼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우선 난민들의 송환과 정착사업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유엔안보리는 과도행정기구의 총경비로 모두 19억달러를 승인했다.
실제로 군사·선거관리·경찰업무 등에 쓰일 10억달러에다 국토재건비용,난민송환 및 정착자금 등까지 모두 합치면 줄잡아 28억달러이상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이 금액은 전체 소요경비에 크게 미달하는 액수다.
게다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기금은 고작해야 5천만달러에 불과,캄보디아재건사업은 자칫 출발점에서부터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난민들이 정착지를 마련하는 일도 난제중의 하나다.
UNHCR는 난민들을 우선 캄보디아내 6개 난민시설에 분산 수용한뒤 7∼10일 정도가 지나면 적당한 장소를 물색,1가족(평균 4.4인)에 2㏊씩의 농토를 분배하고 식량과 주거용자재·농기구 등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30만명이 넘는 난민들에게 모두 농토를 무상분배하는 일은 역시 난제다.
더구나 국토 전역에 깔려 있는 2만여개의 지뢰는 생활터전 마련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내년 5월로 예정된 유엔감시하의 캄보디아총선에 대비,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분쟁 4개 정파간의 헤게모니쟁탈전도 순조로운 난민정착사업을 가로막고 있다. 캄보디아국가최고회의(SNC)가 구성될 때부터 첨예하게 대립해온 훈센정부와 3개 단체중의 하나인 크메르 루주는 지난달부터 전쟁상태에 돌입,고향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발걸음을 벌써부터 무겁게 만들고 있다.
UNTAC가 캄보디아의 정세를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한치라도 관할 지역을 확장,새 정부구성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각 정파간의 다툼이 막판 이전투구로 치닫고 있다.
크메르 루주는 자파지지세력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말부터 태국국경지대에 위치한 사이트­8난민캠프에서 난민들을 강제 이주시켜 다시한번 국제적인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현재 유엔 12개 회원국이 합동으로 구성된 캄보디아평화유지군(PKF)은 보병 1만2백명(12개 대대),공병 2천2백30명,공수부대·의료부대·군사경찰 등을 합쳐 모두 1만5천9백명이다.
여기에 일반행정과 치안유지를 위해 파견된 문민관 7천명과 문민경찰 3천6백명을 보태면 전체 2만6천5백명으로 유엔 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계획」이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UNTAC가 현재 자금부족으로 손발이 묶여있다시피한 상태고 분쟁 정파간의 다툼이 격화되면서 평화정착계획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캄보디아사태는 유엔을 통한 자금지원이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12년간 끌어온 내전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협정까지 재차 무산될 공산도 없지 않다.<진세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