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마약·매춘에도 “넘실”(외국인 범죄가 몰려온다: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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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렌터카동원 가게 털기도/언어불통핑계 현행범 아니면 범행부인/정교해 식별힘든 홍콩산위폐 대량 유입
외국인들의 범죄는 살인·강도 등 강력사건 못지않게 절도·날치기 등 단순범죄에 있어서도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최근에는 위조화폐 사용,금괴·마약밀수에 이어 불법매춘에 이르기까지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은 우선 한국인들이 외국인에게 친절하다는 점을 이용,범행대상에 쉽게 접근한다. 잡히더라도 현행범이 아닌 이상 무조건 범행을 부인하고 언어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진술을 거부,수사 자체를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 성북경찰서에 절도혐의로 구속된 유스프 타스데미르씨(41) 부부등 터키인 3명은 지난달 16일부터 서울의 금은방·음식점 등을 돌며 환전을 요구하다 가게주인이 한눈파는 사이 현금을 훔쳐 달아나는 수법으로 다섯차례에 걸쳐 2백31만원을 훔치는 대담함을 보였다. 특히 이들은 렌터카까지 범행에 이용하고 카운터의 여자 점원에게 접근,서투른 한국어를 구사하며 친절을 유도해 방심하는 사이 돈을 훔치는 기교를 구사해 외국인 범죄가 우연이나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같이 환전을 가장한 외국인 절도는 올들어서만 9건이 경찰에 적발됐으며 액수가 적거나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 신고되지 않은 범죄까지 합하면 수십건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청집계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외국인 단순절도만 62건이 발생했고 과실범 4백59건,단순폭력사범 2백69건,출입국관리사범 2백3건,외국환관리사범 1백62건,성범죄 9건 등으로 50여명이 구속되고 1천15명이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더구나 국내에 불법체류중인 동남아인의 숫자만 2만9천명에 이르고 있어 특별한 기술이 없고 저학력인 이들이 만족할만한 국내생활이 계속되지 않을 경우 내국인을 상대로한 범죄는 결코 줄어들 수 없다는게 경찰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외환관리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방글라데시인 카말우딘 부칸씨(28)는 택시요금으로 1백달러 위조지폐 2장을 지불했다 택시기사의 신고로 붙잡혔지만 위조지폐의 출처에 대해서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술을 끝내 거부,더이상의 수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1월5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구속된 파키스탄인 무하메드 사세드씨(33)의 경우 1백달러 위조지폐 25장으로 부산 금은방에서 7백달러를 사용하기까지 해 이같은 범죄를 막기위한 관계당국의 철저한 방비책 마련이 어느때보다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마닐라·홍콩 등지에서 유입된 이들 위조지폐는 진짜보다 탄력성이 부족하긴 하지만 표면그림이 정교해 일반인들이 구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유통의 유일한 방지책인 출입국시의 검색이 보다 강화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김포세관에 적발된 금괴밀수범 마가홍씨(25)등 홍콩인 3명은 금괴 30냥(시가 1천1백만원)을 여행용가방 바닥에 합판을 깔고 숨겨들여오다 구속됐다.
마씨의 경우도 국내 판매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큰데도 계속 진술을 거부,경찰은 더이상의 범죄나 공모자를 밝혀내는데는 실패했다.
서울경찰청 외사과장 김용백 총경은 『갈수록 지능화·다양화되고 있는 외국인 범죄를 막기 위해선 경찰의 철저한 감시·수사 못지않게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방범의식도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맹목적인 친절이나 관용을 자제하고 피해를 보았을 경우 액수의 다소에 관계없이 철저한 신고정신을 발휘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최형규·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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