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탁-둘리가 구글 로고에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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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태극기 문양의 구글 로고를 전세계 구글 사이트에 내보내며 뿌듯했죠."

데니스 황, 한국명 황정목. 길에서 마주쳤다면 그저 인상 좋은 한국 청년으로 보였을 스물아홉살의 황씨는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인터내셔널 웹마스터다. 100여개 국가의 구글 사이트에 오르는 구글 회사 정보나 검색, 도움말 등 웹 페이지 내용에 대한 관리를 총괄 책임지고 있다. 구글 홈페이지의 점 하나, 메뉴 하나를 바꾸려해도 그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정작 황씨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부업무라고 할 수 있는 구글 기념일 로고를 제작하면서부터다. 회사의 얼굴인 로고를 각종 이벤트나 기념일에 맞게 디자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추석, 설날 등 국내 전통 명절에는 한국의 전통 색채를 가미해 모국에 대한 애정을 담아왔다. 광복절에는 태극기 문양의 로고를 전세계에 노출시켰다.

"당시에는 구글 웹사이트가 나라별로 구분되지 않아 전세계로 광복절 로고가 나갔는데 한국과 독립기념일이 같은 인도의 유저들이 항의를 했어요. 10억 인구의 인도를 무시하고 한국 광복절을 기념하라는 말이냐,인도 국기로 디자인을 해야한다면서요. 일본에서는 설마 구글이 일부러 그랬을까 싶어 해킹 당한 게 아니냐는 메일이 오는 해프닝이 있었죠."

지난 추석에는 구글 로고 중앙에 한복을 입고 강강수월래를 하는 그림을 넣었고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에는 한반도 지도와 무궁화 문양의 로고를 만들어 전세계 네티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밖에 유명인들의 생일, 월드컵, 올림픽, 노벨상 수상자 등을 주제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황씨는 미국 녹스빌 테네시에서 태어나 다섯살 때 한국으로 건너와 유년기를 경기도 과천에서 보냈다. 중학교 2학년 때 도미해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며 부전공으로 컴퓨터사이언스를 공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창한 한국어를 자랑한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보낸 10년의 시간이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공부는 안 하고 책과 노트는 필기 대신 낙서와 그림으로 가득차 있었죠. 선생님한테 혼도 많이 났습니다. 독고탁, 아톰, 둘리, 마징가제트 등 만화도 많이 봤어요. 그 때 봤던 만화, 그 때 그렸던 낙서들을 디자인에 응용하기도 합니다."

황씨가 구글에 합류한 것은 10년 전인 1998년. 인턴사원으로 구글에 입사해 보조 웹마스터로 일하던 중 구글 창립자인 래리와 세르게이의 제안으로 구글 로고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웹페이지 총괄 관리라는 주업무와 로고 디자인은 얼핏 상관관계가 적다. 전체 업무시간의 20%는 직무와 관련 없는 일을 하도록 장려한 구글의 '20% 원칙'에서 비롯된 것.

황씨는 각 나라별 문화와 전통에 대한 리서치를 거쳐 한달에 2~3개의 구글 로고를 만들고 있다. 기념일에 맞춰 제작된 로고는 당일 24시간 구글 싸이트에 표출된다. 세계 각국 유저들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황씨는 네티즌들로부터 쏟아지는 수백통의 이메일을 번역해, 매일 꼼꼼히 읽는다.

"한국 유저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에요. 제가 한국 사람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유행을 선도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죠. 인터넷 인력들도 수준급이고요. 웹마스터팀에 한국 인력을 충원할 예정입니다. 구글 인력의 절대 다수가 엔지니어들이지만 그렇다고 꼭 공대생이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유연한 사고에, 인간성은 좋아야겠죠?"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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