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C와 「공존체제」 겨냥/윤곽드러난 일경단연 부회장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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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동차·전기업계 출신 집중배치/특정기업세습 배제한 “인물중심”
일본 재계의 총본산이라 일컫는 게이단렌(경단연·경제단체연합회)의 부회장 인사윤곽이 밝혀졌다.
구메 유다카(구미풍·70) 닛산(일산) 자동차사장,세키모토 다다히로(관본충홍·65) 일본전기(NEC) 사장,미타 가쓰시게(삼전승무·67) 히타치(일립) 제작소회장,요네쿠라 이사오(미창공·69) 이토추(이등충) 상사회장,스즈키 세이지(영목정이·69) 미쓰비시 카세이(삼릉화성) 회장등 5명이 새로 부회장에 내정됐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미국·유럽경제와 공존공영을 부르짖는 히라이와 가이시(평암외사·78) 경단연 회장의 「공생철학」을 반영,무역마찰의 초점이 되고 있는 자동차·전기 양업계출신을 각 2명씩 중점 배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경단연은 각 업계를 대표하는 경영인을 1명씩 부회장으로 선임해왔다.
94년 5월 퇴임을 표명하고 있는 히라이와 회장은 이번 부회장 인사에서 소비자중시,외국과 공생이라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경단연 체제 정비를 인사원칙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종래의 경단연 인사에서 비판받던 특정 그룹이나 기업에 의한 세습을 배제하고 인물중심의 인사를 단행했다.
경단연 부회장은 모두 12명으로,각 산업계를 대표하는 실력과 경륜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되며,회장의 추천에 따라 총회에서 선임한다.
이번에 물러나는 부회장중 국제파로 알려진 모리타 아키오(성전소부71) 소니회장,사바쇼이치(좌파정일·73) 도시바(동지) 상담역은 경단연평의원회 부의장으로 자리를 옮겨 히라이와 회장을 보좌한다.
국제파로 알려진 모리타 소니회장이 이번에 부회장자리를 물러나는 것은 히라이와 회장이 취임하면서 내건 인사원칙 때문이다. 즉 경단연 부회장을 새로 임명할때 양로원이 되는 것을 막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70세가 넘는 사람을 새로 부회장으로 뽑지 않는다 ▲부회장은 2기 연임에 한한다고 못박았었다. 이에 따라 이미 3기 6년을 연임한 모리타 회장 등은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리타 회장의 경우 미국·유럽 등에 잘 알려진 대표적인 일본의 국제파 경영인으로 그의 경륜을 살려야 한다는 점에서 예외적으로 연임도 고려됐다. 그러나 히라이와 회장이 그같은 예외조치를 취할 경우 모리타 회장과 같은 업종인 전기·전자업계등으로부터 반발이 예상돼 모리타 회장의 거취가 이번 인사의 초점이 돼왔다.
특히 모리타씨는 차기 경단연회장으로 가장 유력한 사람으로 그가 임기규정 때문에 경단연을 떠나는 것은 재계에 큰 손실이라는 점 등이 고려돼 경단연평의원회 부의장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활동하게 한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 부회장으로 내정된 구메 닛산자동차 사장의 경우 자동차 업계를 대표,현직인 도요타 쇼이치로(풍전장일랑) 도요타자동차 사장과 함께 앞으로 미일 자동차마찰 해결에 노력을 경주하도록 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선임됐다.
미타 히타치제작소 회장은 중전기업계 출신으로 경단연의 자본 및 통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이 고려돼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세키모토 NEC사장의 기용은 전자업계 대표로 과거 통상문제 해결에서 보인 그의 솜씨를 산 것으로 보인다. 요네쿠라 이토추상사 회장은 무역·유통업계 출신으로 경단연에서 일본의 상관행정비와 국제협력 등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즈키 미쓰비시 화성회장은 화학업계의 대표로 선임됐다.
한편 94년 히라이와 회장이 퇴임할 경우 사이토 히로시(재등유) 신일철 사장,도요타 쇼이치로 도요타자동차 사장,구메 닛산자동차 사장,미타 히타치제작소 회장,세키모토 NEC사장,모리타 소니 회장 등이 회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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