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서 탈법 앞장…전체 80%|공선협이 낸「총선 공명 성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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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총선 기간 중 공명 선거 캠페인과 부정 선거 감시 활동을 펴 온 공명선거 실천 시민 운동협의회(공선협)는 27일 활동 평가서를 내고 과거보다 불법 선거 운동 사례가 준 것은 사실이지만 운동 막바지에 이르면서 흑색 선전·현금 살포·관권 개입이 눈에 띄게 늘어 공명선거 문화정착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공선협은 이와 함께 그 동안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조직을 확대·강화해 보다 적극적인 공명 선거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향후 운동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공선협의 평가서 내용을 요약해 본다.
◇총 선의 문제점=각 정당의 후보 공천이 계파 나눠 먹기 식으로 이루어져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의 등장을 막는 구조적인 제약요인이 되고 있어 정치권의 반성과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민자당의 경우 당총재에 대한 충성도가 공전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으며 민주당은 헌금에 의한 전국구 공전으로 큰 물의를 빚어 정치 민주화를 정치권 스스로가 막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국민당 창당으로 재벌의 정치 참여 계기가 마련돼 정경분리가 아닌 정경 유착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에 한 저해 요인으로 등장했다.
실제로 현대그룹 사원들이 선거 운동에 참여하자 대우·포철·한국 화약 등 재벌 기업들이 회사 조직을 이용,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주장이 나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켜 앞으로 정경분리를 위한 범 국민적 대처가 있어야 한다.
특히 후보자들이 정책 대결보다 지역 감정에 호소, 득표 활동을 벌이는 바람에 전라도에서는 민주당이, 경상도에서는 민자당이 압승을 거두는 고질적인 지역 당 총 선이 재현됐다.
선거법의 맹점을 이용한 탈법적인 선거 운동이 크게 증가해 총선 기간 중 공선협에 고발된 부정 선거 사례만 9백59건에 달했다. 이중 18건을 당국에 고발하고 12건을 수사 의뢰했으며 4건을 선관위에 넘겼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백80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1백 건, 부산 64건, 인천 38건 순 이었으며 사례별로는 향응제공 2백61건, 불법 홍보 1백52건, 불법집회 81건 순 이었다.
정당별로는 민자당이 전체의 80%이상을 차지했으며. 대부분의 신고가 선거 4∼5일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막판 부정 선거가 심했음을 나타냈다.
이밖에 군 부재자 투표의 문제점, 안기부 등 각 정부기관의 선거 운동 개입 등 조직적인 관권 개입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향후 대책=공선협은 산하에 3백여 개의 각종 단체가 참여했으나 실제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 단체는10여 단체 5백여 명에 불과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앞으로 회원들의 활동 참여를 위한 지속적인 홍보 활동과 유대 강화를 위한 공청회 및 각종 모임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지금까지 형식적인 활동에 그쳤던 각 시·도 지부 활성화를 위해 지방의 덕망 있는 인물을 영입하고 대통령 선거한달 전까지는 현재의 30여 개에 불과한 시-도 지부를 군 단위까지 포괄하는 70∼80개까지 확대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행 국회 의원 선거법상의 선거 운동 방법이 제한 규정을 예외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허용 기준을 제시하고 나머지 부분을 모두 금지하는 포괄적 제한 방법을 택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청회와 각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 법개정을 위한 국회 청원을 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지문 중위의 양심 선언에서 드러난 군 부재자 투표 부정을 막기 위해 관계 전문가들로 대책위를 구성, 조직적인 대응을 하며 대통령 선거에서는 부재자 투표와 개표 과정에서 공선협 회원이 참관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최기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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