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 막걸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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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느 나라든 그 나라 국민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이 있게 마련이다.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지만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국주」라고나 할까.
우선 서양쪽으로 눈을 돌리면 영국은 스카치,프랑스는 와인,독일은 맥주,러시아는 보트카,네덜란드는 진이 각각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버번,멕시코의 데킬라,자메이카의 럼도 빼놓을 수 없다.
동양에서는 중국의 고량주,일본의 청주(정종),몽고의 마유주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은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서는 소주를 꼽는 쪽이 있을 것이고,막걸리를 꼽는 쪽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증류수인 소주의 기원을 따져보면 멀리 기원전 3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아시아 슈메르의 도시문명이 한창 발달했을 때 처음 만들어진 증류주가 서쪽으로 가서는 위스키가 되었고 동쪽으로 와서는 소주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 풍토와 민속을 담고 있는 술은 아무래도 막걸리임이 분명하다.
요즘도 시속이 바뀌어 술자리에 앉았다 하면 소주나 맥주가 판을 치고 있지만 그래도 시골의 논두렁에서는 아직도 막걸리가 농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다가 허기나 갈증을 느끼고 막걸리 한사발을 떠서 꿀꺽 꿀꺽 마시는 것을 보면 절로 군침이 돈다.
농민들이 막걸리를 즐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막걸리에는 갈증을 풀어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주는 유기산이 0.8% 포함돼 있다. 그뿐 아니라 단백질과 여덟종의 필수 아미노산,비타민 B1·B2등 인체에 필요한 갖가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어 허기도 면하게 해준다. 특히 콜린이란 물질은 간을 보호하기 때문에 막걸리를 마시고 오히려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막걸리의 취약점은 알콜도수가 낮아 장기보관에 문제가 있는 것인데,최근 한 업체가 캔막걸리를 개발,곧 시판에 나선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그러고 보면 캔이 발명된 것은 1804년 나폴레옹때고 거기에 맥주를 담아 상품화한 것은 1934년 미국 리치먼드의 크뢰거맥주회사였으니 우리의 캔막걸리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세계시장에 데뷔할 캔 막걸리의 행운을 빈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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