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바닷길 빛낸 민속공연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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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 축제가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잡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 사람으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17~19일 제30회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때 국악.민속놀이 부문 행사를 총괄하는 김오현(52.사진) 전남 진도군립 민속예술단장.

그는 "자연의 신비와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밴 민속공연이 잘 어우러져 해마다 수십만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명창.명인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지만, 고향을 지키며 바닷길 축제를 키워 온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주민 대부분이 우리 가락이나 서화 하나 쯤은 할 줄 아는 진도의 풍류가 내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로 나갔다면 더 성장했을지 모르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22세 때인 1978년 제1회 영등살놀이(바닷길 축제의 옛 이름) 때 걸군(乞軍) 농악패에 끼여 꽹과리.장구를 맡은 이래 해마다 축제에 참가했다. 93년 민속예술단 창단 때 단원으로 뽑히면서 발을 더 깊숙히 들여 놓았다.

98년부터는 진도군 향토문화회관의 '토요 민속여행'을 주도했다. 주말마다 관광객을 상대로 창극.판소리.한국무용을 10년째 무대에 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민속예술단장이 된 그는 20대 후반부터 70대 중반까지 남녀노소 단원 32명을 이끌고 있다. 농민.어민.상인.주부 단원들의 끼를 최대한 발휘시키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그의 몫이다.

꽹과리.장구.징.북에 능하고 상쇠까지 했던 그는 진도씻김굿(국가지정 중요문화재 제72호)의 준 예능 보유자이기도 하다. 김씨는 "아들이 대를 잇겠다며 중앙대 국악대학에 다니면서 이론도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오판주(54) 진도군 문화관광과장은 "김 단장 같은 사람이 있어 바닷길 축제가 내로라하는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김씨를 추켜세웠다. 바닷길 축제는 진도군 고군면 회동마을에서 열리며, 하루 한차례씩 회동마을에서 2.8㎞ 앞 모도까지 폭 40~60m씩 바다 바닥이 드러난다.

진도=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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