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의 새벽(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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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법정선거운동 종료 시한을 한시간 넘긴 24일 오전 1시. 「신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갑 각 지구당 사무실은 거리의 어둠이 무색한듯 「불야성」이다.
『진인사했으니 대천명해야지요.』
이구동성으로 터져나오는 결전소감.
『담담합니다. 판다는 유권자의 몫이죠.』
「국민의 심판」을 몇시간 앞둔 각당 관계자들은 전전긍긍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오전 1시50분 서울 도곡동 도곡아파트.
삼삼오오 모여다니는 각당 「올빼미 순찰조」가 벌이는 상대방의 막판 불법 금품살포 차단작전이 새벽공기를 가른다.
각당의 순찰조들은 정적에 휩싸인 「표밭」을 지키다 서로 마주칠 땐 어색한 표정을 짓는등 「불신의 벽」은 이른 아침까지 계속됐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확보된 표만 안뺏기면 승리는 우리의 것임을 장담합니다.』
벽보훼손등 위법행위감시를 위해 기꺼이 나섰다는 한 청년순찰대원은 동료 3명과 다시 발걸음을 「취약지구」인 인근 아파트로 옮겼다.
아파트단지 곳곳에는 경광등을 켠 경찰순찰차량도 어른거렸다.
『빨리 끝나야죠. 무사히….』
오전 2시쯤 아파트단지내 작은 식품점. 친구들과 오랜만에 한잔했다는 주인 함일선씨(48)는 『어느때보다 시끌벅적했던 선거였기 때문에 결과가 더욱 기다려진다』며 『쓸만한 사람 하나가 있는 것 같은데… 1등으로 투표장에 갈 요량입니다』라며 웃어보였다.
모두가 깊이 잠든 오전 3시.
아파트단지의 불빛이 모두 꺼지면서 적막감이 감돌자 보름동안 진흙탕싸움을 벌여왔던 선거판도 완전히 끝났고 감시조도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천명을 기다리는 각 후보에게 진정 「하늘의 뜻」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국민의식과 참여를 통한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하철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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