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너무 폐쇄적이다/외국인 투자 88년후 격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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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원화절하·고임/자금조달 어려움/경제기반 불균형/학연·지연·혈연도 큰 걸림돌
한국경제가 「우물안 경제」로 외국으로부터 경원당하고 있다. 증시 개방 두달만에 6억3천만달러나 되는 외국 돈이 제발로 한국을 찾아들어 왔는데 무슨 소리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때 한국을 기업활동의 좋은 국제무대로 여기던 외국기업들로부터 한국은 지난 88년 이후 계속 외면당해 오고있다(외국인 투자 88년 13억달러→90년 8억달러).
첨단산업을 들고 들어오는 외국기업의 비중을 바닥까지 떨어뜨려 놓고(87년 38.1%→91년 2%) 우리 힘만으로 첨단기술을 일구려면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고,그림에서 보듯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그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우리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나라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주)동은 리서치인터내셔널이 아시아 각국의 투자환경을 비교해 발간한 자료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한국­고부가가치의 직접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있겠다. 그러나 국내 제도나 관행에 문제가 있다. 특히 관료의 딱딱함이나 지적소유권 보호에 모호한 태도 등이 지적된다. 외국인 투자가 주는 것은 자본시장 개방이 늦은데다 당국이 과잉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아시아 제2의 시장이 될 잠재가능성이 있다. 자유화의 의지에 달려있다.』
계속해서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한국 투자환경의 특징과 문제점으로 열거되어 있다.
▲원화 절하와 노동코스트의 상승,서비스 산업에의 노동력 이동 ▲자금조달 타이트 ▲고학력·맨파워가 높은 반면 정착률 낮고 숙련공 부족 ▲대일 수입의존도 증대 ▲경제기반 전체의 불균형 ▲남북통일 문제 ▲92년은 선거의 해.
이에 비해 대만·홍콩·싱가포르·태국 등의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는 「발군의 자유도」「외환관리의 규제가 부드럽다」「외자유치에 열심」등의 기술이 자주 눈에 띈다. 물론 이들 나라에 대해 「산업기반 불비」「숙련노동 부족」「중간관리자 부족」등의 부정적인 기술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세계무대에서 홀로 돋보이는 투자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매체에서 외국기업에 대한 배척심리를 격양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학연·혈연·지연이 중시되어 외국기업이 정착하기 어렵다』『세율은 높지않으나 세제가 명료하지 않아 세금부담이 가변적이며 세금징수가 세수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관련법의 해석과 적용에 명문화 되지 않은 규정과 내규를 적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고 법률적 비확실성과 비명료성이 문제다.』 이같은 지적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이 주한외교관 및 외국기업인들을 상대로 인터뷰 한 결과에서 인용한 것이다.
최근 재무부는 외국인의 대한투자를 촉진시키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고(본지 2월29일자 6면 보도) 한국개발연구원도 투자유치가 바람직 하다고 경제장관 회의에 건의하고 나섰으나 관련업계나 부처의 이해가 얽혀 많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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