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명 동원때 천5백만원박수부대(정치와 돈:9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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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과거엔 「주먹부대」… 14대 들어 「일당대학생」 인기(주간연재)
민자당이 「한맥회」라는 학생선거운동조직을 각종 유세장에 동원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세장에 나타나는 「박수부대」의 실체와 규모·동원비용 등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통상 유세장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박수부대는 지방의회선거에서부터 국회의원선거·대통령선거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왔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러나 대학생들이 전문선거운동조직을 구성,「일당」을 조건으로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은 역대선거사상 보기드문 양상이다. 이에 따라 정당과 정치인의 무분별한 욕심이 면학에 힘써야할 대학생들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양심과 지성을 외면한 일부 대학생들의 탈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유세장에 동원되는 박수부대는 후보의 개인적 역량,조직력,사조직 관리 여부 등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지구당 기간조직 ▲청년·부녀조직 ▲후보의 사조직을 통한 동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후보들이 합동유세장에 기를 쓰고 박수부대를 동원하는 것은 『나를 지지하는 세력이 이정도』라는 「세과시」가 주된 목적이며 상대 후보의 기를 꺽는 기선제압용 등 다목적용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
때문에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합동유세에 총력을 기울이게 마련인데 지구당등 기존조직을 관리하고 있는 후보들은 지역협의회장·동책·반책·투표구책 등 지구당 기간조직을 통해 동원인원수를 할당하는게 일반적 방식.
여기에 개인적으로 사조직을 관리하고 있는 후보들은 선거구와 관계없이 조직원들을 유세장에 초청,박수부대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도 학생운동권과 재야의 지지를 받고있는 일부 진보적 후보들은 운동권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를 해결하고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후보는 박수부대동원에 자금을 써오고 있는게 현실이다.
후보들이 가장 신경쓰는 대목은 청년조직의 동원.
지구당 기간조직을 통한 동원부대는 대부분이 노인층과 부녀자들이어서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는데 미온적일 뿐 아니라 응집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세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유세의 고비고비마다 적절하게 기세를 올려주는 주력부대는 결국 청년조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과거의 경우 체격 건장하고 힘깨나 쓰는 「주먹부대」들이 동원돼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학생을 주축으로한 청년조직들이 주력부대의 역할을 맡고 있다.
민자당 수도권지역 일부 후보들이 문제의 「한맥회」를 통해 1백50∼5백명의 대학생 선거꾼을 동원한 것이나 국민당 일부후보가 「두 잇 이벤트」라는 대학생 선거조직을 박수부대로 활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들 대학생선거조직은 ▲일당을 조건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돈만 주면 뒤탈이 별로 없고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갖는 순수성이 유권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며 ▲활동적이고 능력이 우수한 인력을 적은 일당으로 일시에 동원이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에 후보들이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세장에 동원되는 박수부대 규모는 후보의 능력여하에 따라 차이나게 마련이지만 통상적으로는 3백∼5백명선.
서울에 출마한 민자당 L후보의 경우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전국적인 사조직과 공조직을 통해 5천여명을 동원한 경우도 있지만 이는 특수한 케이스에 속하고 1천명선을 동원한 여야후보는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5백명의 박수부대를 동원할 경우 ▲대학생등 청년조직 1백∼1백50명 ▲부녀자·노인층 2백명선 ▲선거운동원 2백명선으로 짜이는 것이 일반적인 구성비율이다.
박수부대에 지급되는 「수고비」는 계층에 따라 차등이 있게 마련으로 「한맥회」「두 잇 이벤트」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대학생의 경우 일당 2만∼3만원(조장 5만원,팀장 10만원)이 「정가」로 돼있다.
동책·반책 등 기간조직을 통한 동원부대중 유세장에 참석한 사람에게 각자 지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유세후 「식사비」 명목으로 조직책에게 20만∼30만원 정도가 지급되고 있다.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된 운동원은 일당 또는 주급형식으로 「수고비」를 챙기는데 하루평균 3만∼5만원꼴.
여기에 합동유세 3∼5일전 홍보물 준비·전화홍보 등을 위해 30∼50명의 준비팀이 구성되는데 이들에게는 평균 1만5천∼2만원의 일당이 지급되고 있다.
따라서 5백명 규모의 박수부대를 동원할 경우 ▲대학생 1백50명×2만원=3백만원 ▲조직책 20명×20만원=4백만원 ▲운동원 2백명×3만원=6백만원 ▲사전준비팀 40명×1만5천원×4일=2백40만원 등 최소한 1천5백만원 가량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결국 정당연설회 한차례와 세차례의 합동유세를 치를 경우 박수부대 동원비용으로만 수천만원이 들어간다고 관계자들은 실토하고 있다.
미등록 선거운동원은 물론 법적선거운동원에게도 일당은 일절 지급할 수 없으며 식비등 실비보상으로 하루 5천원씩을 지급토록 제한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따라서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풍토조성을 위해서는 후보자·유권자들의 대오각성이 절실히 요구되며 선진국의 경우처럼 합동유세 대신 TV정책토론회 등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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