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EC업고 친서방”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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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 붕괴후 「중립외교」 노선 흔들/동구혁명영향 최악의 경기침체 맞아
중립외교노선을 국시로 채택해온 핀란드가 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서유럽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탈바꿈 노력을 하고 있다.
핀란드정부는 18일 유럽공동체(EC)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핀란드는 지난 1월 과거 43년간 구소련과의 군사동맹관계를 규정했던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을 폐기하고 러시아와 새로운 선린우호조약 및 무역협정·지역협력협정을 체결했다.
핀란드의 이같은 움직임은 구소련의 붕괴와 동유럽혁명으로 겪게된 정치·경제·사회의 전반적인 여건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핀란드는 동쪽으로 러시아와 1천2백60㎞의 긴 국경을 갖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스웨덴과 닿아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1.5배인 33만8천평방㎞지만 인구는 5백만명이 채못되는 소국이다.
1917년 러시아혁명 당시 제정러시아로부터 독립한 핀란드는 39∼40년과 44년 구소련과 두차례의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그 뒤 48년 양국이 체결한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은 핀란드 중립외교의 근간이 되어왔다.
구소련과의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은 양국간의 군사동맹체제를 기초로 하는 것이 특징으로 소련의 적국이 소련을 침공할 경우 핀란드는 자동적으로 소련침공국과 전쟁상태에 돌입하도록 되어 있었다.
한편 핀란드는 구소련과의 관계를 통해 경제적으로는 많은 혜택을 입을수 있었다.
핀란드는 구소련으로부터 석유와 가스 등의 에너지자원을 안정적으로 싼 값에 공급받을수 있었으며 구소련과 동유럽국가들과의 구상무역(물물교환으로 하는 무역)을 통해 수지맞는 장사를 할수도 있었다.
핀란드가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2만달러를 육박하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국가중의 하나가 될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구소련등과의 안정적인 경제관계가 보장됐던 것이 큰 요인이었다.
그러나 구소련과 동유럽경제의 파탄은 핀란드의 중립외교노선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지난 86년 핀란드 총수출의 25%를 구소련이 차지했지만 지금은 5%도 채 못되는 실정이며 핀란드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던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도 끊어졌다.
핀란드는 이같은 경제여건 악화로 지난해 산업생산 6% 감소,실업률 10%,외채의 급격한 증가 및 금리의 급상승 등 1920년대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고 있으며 경기침체는 앞으로 3∼5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핀란드가 EC회원국이 된다면 핀란드의 중립외교노선은 폐기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군사·외교문제를 비롯,많은 부문에서 공통의 정책을 수행하려는 것이 EC의 최근 동향이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지금 동유럽국가나 구소련에 버금가는 체제혁명을 시도하고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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