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막판 과열·혼탁에 “쐐기”/선관위 「경고서한」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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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당연설회 빙자 각종 탈법사례 극성/89년 동해재선후 처음… 파급효과 클듯
윤관 중앙선관위원장이 19일 6개 정당에 보내 「정당연설회등에서 선거법 준수 협조요청」 서한은 최근 각당 수뇌부들이 앞장서 불법·탈법선거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에 따라 선관위의 강력대응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선관위원장의 이같은 서한은 89년 4월과 8월의 동해시·서울 영등포을 재선거때 돈 뿌리기등 극심한 혼탁선거분위기에서 당시 이회창 위원장이 1회씩 보낸 이래 윤위원장 취임이후 처음있는 일로 선거운동에 미칠 파문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위원장은 17일 언론인·학계 인사들이 참석한 중앙선관위 자문회의에서도 『올해말 실시될 대통령선거에서는 지역감정에 편승한 선거운동원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는데 이같은 맥락에서 이날 서한을 통해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영삼·김대중·김종필·정주영씨 등 각당 수뇌부들은 법적인 후속 조치여부와 관계없이 『지역감정에 기대는 대권도전자』라는 인상을 사실상 「공식확인」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의미가 있다.
이들 정치지도자는 연고권이 있는 지역의 정당연설회를 순회하면서 『이번 선거는 대통령선거와 뗄 수 없는 선거』(김영삼),『김대중과 함께 가자』(김대중),『여러분이 힘을 주면 큰 일을 도모해 보겠다』(김종필)는 등 대통령선거와 총선의 연계의도를 드러냈고 이에 따라 유권자의 지역감정이 크게 자극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김 민자대표는 16일 부산 북을지구당(위원장 신상우) 방문시 사전신고없이 인근 서부터미널이면도로에 세워놓은 화물차에 올라 확성기 즉석 연설을 하는등 명백한 탈법운동을 했다.
민자·민주당은 정당연설회형식에 있어서도 선거구단위로 하게돼있는 법취지를 무시하고 인근 후보자들을 연설원으로 교차 등록하는 탈법적 방법으로 사실상 대규모 연합집회를 갖는등 선거를 과열분위기로 몰아간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당 후보자들이 『대통령은 ○○○,국회의원은 △△△』식의 구호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돼있으나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어서 윤위원장이 『심히 유감스럽다』는 경고서한을 보내 여론을 환기한 것이라고 선관위측은 밝혔다.
이밖에 이번 선거에서 처음 실시되는 정당연설회도 예상만큼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지못한 대신 불법가두고지,식전여흥,동원대학생에 대한 금품지급,관광버스 등에 의한 교통편의제공 등 불법·탈법운동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판단을 선관위는 하고 있다.
윤위원장의 이같은 경고서한을 여야 수뇌부들이 어느정도 겸허하게 받아들여 자제할지는 모르지만 이같은 선관위원장의 능동적 대처는 정당수뇌부들의 과열분위기 조장에 제동을 거는 조처로 평가된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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