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분 몸에 투자하면 2.4년 더 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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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그리스 아테네의 헤르마 석상을 아십니까’.
올림픽의 발상지인 근대식 경기장 초입엔 석상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양면에 노인과 젊은이를 조각해 놓았는데 그 모습이 다분히 충격적이다. 노인의 성기는 우뚝 서 있는데 젊은이의 아랫도리는 힘없이 처져 있다.

작가의 의도는 분명하다. 운동을 하면 나이와 관계없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은 수명을 저축한다. 현대과학이 발달해도 가장 확실한 불로초는 운동이다. 80대에 테니스를 치고, 침실에서 아내를 즐겁게 하며, 지팡이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면 운동하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근육 없으면 배만 볼록
나이가 들면 왜 보폭이 작아지고, 잘 넘어질까. 그 답은 근육에 있다. 근육은 전체 몸무게의 45%를 차지하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다. 근육은 35세를 정점으로 위축되기 시작한다. 특히 근육 중에서도 지구력에 쓰이는 지근(遲筋)보다 순발력에 필요한 속근(速筋)이 빨리 퇴화한다. 근육 측정을 해보면 할머니들은 속근이 거의 없다. 이런 현상을 ‘사르코페니아’라고 부른다.

근육이 퇴화하면 근육 속에 있는 혈관을 꽉꽉 짜주는 밀킹 액션(우유 짜기 효과)이 줄어든다. 따라서 심장기능이 약해진다.
근육은 에너지를 태우는 공장이다. 근육이 부족하면 먹은 음식을 에너지로 다 소모하지 못해 남은 열량이 지방으로 쌓인다. 헬멧을 씌워놓은 듯 배가 볼록 나오고, 팔다리는 가느다란 거미형으로 체형이 바뀐다. 당뇨병과 고혈압ㆍ고지혈증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근육은 음식을 태우면서 열을 생산한다. 전체 열 생산의 40%를 근육이 담당한다. 근육량이 적으면 체온이 저하하고, 소화력과 신진대사ㆍ면역력이 동시에 떨어진다.

■지팡이는 가라
운동은 장기를 젊게 만드는 보증 수표다. 혈관은 탄력을 되찾고, 심폐기능이 좋아지며, 근육은 커지고 단단해진다.
운동으로 매주 2000㎉를 소모한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25∼30% 감소한다. 수명으로 따지면 2.4년. 하버드 의대 졸업생 1만6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다.
지팡이에 의존하던 70대 노인에게 아령을 들게 하면 근력이 200% 이상 강해져 계단도 거뜬히 오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심장과 폐 기능도 30%가량 향상됐다. 신경 전달 속도 역시 25% 정도 좋아졌다.

운동은 혈관 청소 효과가 뛰어나다. 심장이 힘차게 움직이도록 만들어 혈액의 흐름을 좋게 한다. 덕분에 모세혈관으로 산소와 영양이 충분히 공급돼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피부 노화도 지연된다.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수치를 높여 혈관을 망가뜨리는 LDL을 몰아내는 것도 운동의 효과다.
운동은 행복감을 준다. 중년 이후 나타나는 우울증을 날려보낸다. 명상과 휴식 이상의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가벼운 운동을 골고루 해야
운동이 보약이라지만 과욕을 부리거나 ‘편식’을 하면 곤란하다. 운동을 지나치게 하면 인대나 근막이 찢어져 염증이 생기고, 뼈와 관절이 망가지는 근골격계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또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 유연성 운동을 골고루 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 중에 가장 좋은 것이 빠르게 걷기다. 저강도로 30분 이상 해야 운동효과가 나타난다. 약간 숨이 차고, 속옷에 촉촉하게 땀이 밸 정도. 40대 여성 100명을 다른 속도로 걷게 하고 6개월 뒤 지구력을 측정했다. 결과는 1마일(1.6㎞)을 12분 만에 걸은 사람은 지구력이 16% 증가한 데 비해 20분 만에 걸은 사람은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속근을 발달시키기 위해선 덤벨(왼쪽사진)과 같은 무산소 운동도 해야 한다. 단 무거운 것을 무리해서 들기보다는 가벼운 것을 여러 번 드는 것이 안전하다.

기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도 많다. ‘아이소메트릭’은 큰 동작을 취하지 않고 근육만 긴장시키는 것으로 다치지 않고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기마자세 또는 벽을 미는 자세로 7초간 멈추고 그 자세를 유지하는 식이다. 이때 힘은 최대 수축력의 50% 강도가 좋다. 어떤 동작이든 숨을 참지 말고 얕게 쉬며, 적어도 3~5회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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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청년을 꿈꾼다 ⑤ 확실한 불로초, 운동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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