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대한항공’ 미리 잡아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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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한·미 FTA 타결에 따라 향후 한·미 간 무역규모가 증대될 수 있어 운송업체의 수혜가 예상된다. 그러나 FTA 타결에 따른 교역량 증가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증가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이번 FTA 타결이 운송업체의 지속적인 주가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FTA가 발효되더라도 양국 산업의 각 부문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유예 기간이나 단계별 적용 방안이 채택되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게다가 항공화물의 경우 운송주 혜택효과가 크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운송비 비중이 큰 IT 제품의 경우 상당수가 이미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한진해운을 비롯한 컨테이너 업체의 대미 해상 물동량 비중이 전체 물동량 중 5% 미만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006년 기준 화물부문 매출 비중은 각각 29.4%와 27.7% 수준이다. 이 중 미주 노선이 차지하는 화물 매출 비중은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매출 중 12.3%, 아시아나항공은 12.6%에 달한다. 그런데 항공화물 중 IT 관련 제품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은 이미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다. 이게 뜻하는 건 간단하다. FTA로 항공화물 교역량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얘기다.

쇠고기 수입되면 해운주도 좋아져

이번 FTA 타결로 고급 가전제품 및 LCD 제품 등에 대한 관세가 철폐돼 해당 물량의 수출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가전제품의 경우에도 멕시코 등 현지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출되는 비중이 큰 상황이다.

이번에는 해운주를 보자. 한진해운의 경우 2006년 기준 태평양 노선 물동량 비중이 52.9%, 구주 노선 비중은 25.3%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 간 물동량 비중은 5% 미만 수준이다. 이는 FTA 타결로 단기간에 한·미 간 해당 노선에서 물동량이 의미있는 수준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경우 수익성 좋은 냉동화물 컨테이너 매출증가로 수익성 개선효과는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운송주를, 장기투자 종목군에서 아예 제외시켜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투자 기법이다. 이번 한·미 FTA 체결로 단기간에 큰 폭의 교역량 증가가 예상되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인 교역량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의 예측치를 종합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미 FTA에 따른 교역증가 규모는 수출이 71억~118억 달러, 수입이 101억~12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수출입을 다 합치면 200억 달러 이상의 교역 증가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이를 금액 대비 물동량 구성비 적용을 통해 유추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즉 대미 수출입액 중 항공 비중이 약 42%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58%를 해상운송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비중을 교역증가 규모에 적용해 볼 경우 중장기적으로 항공화물 규모는 최대 92억 달러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무역 규모는 113억 달러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분은 수출입을 합해 약 39만~52만 TEU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물량은 2006년 대미 교역량 대비 약 3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중장기적 양국 간의 물동량 증가세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운송업체의 외형 성장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번 FTA 타결에 따른 운송업체에 대한 영향은 단기적으로 중립적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김승철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sc.kim@hrcvi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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