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제 운행 적극 동참하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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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가용 승용차의 급격한 증가는 날로 심각해 지고 있는 도시교통 체증현상의 중요 요인이다. 대도시의 경우 교통체증으로 거북이 운행이 일상화됐고 도로가 주차장화 될 때가 많다.
정부는 이같은 도시교통난 해소책의 하나로 다음달부터 자가용 10부제 운행을 전국민운동으로 적극 권장할 방침이다. 정부기관과 일부 기업체 등에서 이미 지난 2월부터 권장사항으로 시행해오고 있는 자가용 부제운행의 확대다.
교통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부제운행 결과 평균 주행속도가 서울은 1.2㎞,부산은 1.6㎞씩 각각 빨라졌고 연간 4백60억원의 에너지 소비절약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민이 10부제 운행에 동참하면 하루 26만대의 차량이 쉬게돼 서울의 경우 차량속도가 현재보다 5㎞ 빠른 31㎞까지 올라갈 수 있고,전국적으로 2천5백여억원의 에너지 절약효과가 기대된다.
이러한 계산상의 수치에 앞서 우리는 88서울 올림픽때 자가용 운행제한을 실시해 적극적인 호응과 긍정적인 효과를 체험한 바 있다. 당시 많은 자가용 보유자들이 진절머리나는 교통체증을 뚫어주는 원활한 차량소통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승용차운행 제한에는 찬·반양론이 엇갈리긴 했지만 「계속실시」를 지지하는 여론이 적지않았음에도 부제운행은 슬그머니 후퇴해 한시적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해말 현재 전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4백24만대를 넘었고 이달말이면 서울의 자가용 승용차가 1백만대를 돌파한다. 차량증가에 비례해 월급쟁이들의 출퇴근 시간이 더욱 길어지고 그에 따른 피곤함도 도를 더해간다.
차량의 원활한 소통대책은 출퇴근시간의 짜증스런 교통체증 때문에만 절실한게 아니다. 고속도로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도로가 주말이나 휴일이면 주차장화되기 일쑤다.
전국적인 도로망의 체증현상은 산업용 물자수송의 물류속도를 크게 떨어뜨려 국민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는 심각한 실정이다.
차량소통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도로망의 확충과 지하철같은 대중교통수단의 증설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공사기간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근본 해결에 앞서 자가용 부제운행같은 방편도 불가피한게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자가용 부제운행은 우선 한달에 사흘정도 불편을 감수함으로써 나머지 27일의 원활한 차량소통의 보람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 따를만 하다. 또 지난해 원유수입 규모가 90년 대비 30%나 증가했고,증가분중의 37%가 승용차 연료로 소모됐다는 통계를 볼때 에너지 절약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차량의 원활한 소통과 에너지절약,운행빈도가 줄어드는데 따른 교통사고의 감소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부당국의 10부제운행 권장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여부가 성패를 좌우한다. 생업의 수단인 자가용등에는 적절한 배려가 있어야겠지만 오늘의 심각한 교통난을 감안할때 승용차 10부제운행은 국민 모두가 기꺼이 참여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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