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몇석이나 따낼까/뜻밖의 변수에 민자·민주 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기업식 조직·자금력 바탕 터닦기는 성공/“원내 교섭단체 무난”“한자리수”전망 교차
「국민당 바람」의 기세는 어느정도인가.
무미건조하게 진행될뻔 했던 이번 총선을 다소 흥미진진 하게 만든 장본인인 국민당이 얼마만큼 의석을 얻을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국회 교섭단체(20석 이상)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장담과 은메달만 실컷 따고 한자리수에 그칠 것이라는 냉소가 교차하고 있다.
확실히 국민당을 둘러싼 「현상과 사건」들은 유권자들에게 화젯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회사원들 사이에선 의석수를 놓고 내기까지 벌어질 정도다.
호남대 비호남 구도로 몰고 가는 민자당의 선거전략에 뚜렷한 대응을 못하는 민주당의 「한계」에 심심해 하던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을 국민당의 정주영 대표가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대표도 실토했듯 『민주화대 반민주의 2분법적 대결 쟁점은 유권자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새로운 선거환경속에 국민당은 다양한 이슈와 화제를 양산해온 것이 소위 「바람」의 동력으로 보여진다.
국민당은 물가난·주택난·경기침체로 지쳐 체념해 있는 주부·샐러리맨·상인·중소기업 경영인들에게 여러가지 화제를 뿌려 일단 관심을 끌게 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민자당은 국민당의 아파트 반값 분양 등 정책광고가 화제를 뿌리자 「국민현혹」「사기·술수」로 매도해 오다 그정도로 안되겠다 싶은지 17일 나웅배 정책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분당 현대아파트의 예를 들어가며 아파트 가격의 반값 인하공약은 「엉터리」라고 깔아내리려 안간힘을 썼다.
여기에 『썩을대로 썩은 6공정권』이라고 연일 맹공을 퍼붓는 정주영 대표의 수위 높은 정부 비판발언이 국민당 화제로 연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대통령의 집권 4년간 업적이란 것이 청와대를 호사스럽게 꾸미고 5공때 29개였던 골프장 허가가 2백39건으로 늘어난 것』『집권 4년간 4백억달러의 무역적자로 나라가 망해가는데 청와대는 파티만 하고있다』『민자당의 대권다툼은 욕심많은 자들이 고깃덩어리를 놓고 싸우는 격』….
정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민주당의 두 공동대표 것 보다 강도가 높으며 때론 아슬아슬한 정도인데 너무 지나쳐 거부감을 준다는 시각과 「대리만족」을 주어 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상반된 지적이 따르고 있다.
이주일씨의 출마,청와대 본관 신축비의 대금지불 문제 등은 코미디 정치논쟁과 함께 국민당의 이미지를 탄압받는 쪽으로 옮겨주는데 도움을 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현대의 국민당 지원을 비난하는 경제5단체장들의 신문광고는 오히려 「외압시비」를 낳아 민자당의 기대대로 국민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킬지는 불투명하다.
국민당이 빠른속도로 기존 정당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한 것은 기업경영 하듯 조직을 이끌고 자금동원력이 막강하기 때문만은 아니며 정치불신과 기성정치권이 메울 수 없는 「공백」이 있기 때문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당 현상」이 얼마만큼 의석으로 연결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8일 정대표의 정당연설회를 점검한 이병규 비서실장은 『정세분석팀의 조사결과 국민당 지지율이 매일 1석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체분석으로 ▲당선확실 3곳 ▲백중우세 27곳 ▲백중세 80곳 등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과대포장」의 냄새가 다분하다.
30석 정도까지 의욕을 낼 수 있고 15곳을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쳐주는게 현장에서 뛰는 국민당 후보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이에 반해 민자당은 당초 한자리 아래수 정도로 매겼다가 이번주들어 최대 12석 정도로 쳐주고 있다. 민주당도 13∼16석 정도로 국민당의 신장세를 따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국민당을 입에 올리지만 막상 투표할 때면 찍지않을 것이고 인물부족·양당 대결의 선호성향으로 국민당이 「거품인기」로 끝날 것이라는게 민자당의 주장이다.
김윤환 선거대책본부장은 『약장수(국민)한테 구경꾼이 몰리지만 약은 약국(민자)에서 산다』고 했으며 느낄만 하다가 사라지는게 국민당 바람의 실체라고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민자당은 겉으로는 국민당이 노리는 「강원도 당」의 열기가 번지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라고 격하하고 있으나 안으로는 상당한 바람이 불고 있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대 구민정당이 많아야 2∼3석 잃는다는 예상을 깨고 6곳(전체 14석)에서 패했을 때도 유권자들이 내심을 드러내지 않은 전례가 있어 민자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당이 얼마만큼 표를 모을 수 있을지는 투표장에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50% 안팎의 부동층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성정치권을 혼내주고 있는 국민당이 교섭단체(20석)를 구성할지,선전만 하고 어부지리를 민주당에 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국민당 바람」은 정치의 코미디화 이고,또 우리정치의 서글픈 현주소이기도 하다.<박보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