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엔 공중질서도 없나”(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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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4일과 15일 밤 서울 동대문경찰서 한 간부는 계속 걸려오는 항의반 위협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아니 표 떨어지게 만들거요. 여당운동원 차를 견인하면 어쩐단 말이오.』
『무소속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뭐야. 이유없이 왜 차를 끌어가. 당신들 정말 이럴거야.』
전화를 받은 경찰 간부는 이유를 물었으나 상대방은 막무가내로 경찰이 그럴수 있느냐는 투로 원망과 항의·위협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전화를 끊은 간부는 짚이는데가 있어 14일 오후 관내 용두국민학교에서 있었던 동대문갑 총선 유세현장에서 교통정리를 했던 경관들을 불러 자초지종을 들었다.
당시 국민학교앞 도로는 중앙선이 없는 왕복 2차선너비의 비좁은 거리였다.
때문에 유세시작 30분쯤 전부터 유세장 앞 도로는 선거운동 차량과 일반자가용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쪽 차선은 이미 주차차량으로 메워져 있어 차량들은 경찰의 통제에 따라 나머지 한차선으로 통행하고 있었다.
이때 여당 마크를 붙인 승용차 2대·무소속 선거운동원의 봉고차 한대가 나머지 차선마저 점거한 채 비킬줄을 몰랐다. 이곳을 지나던 차량들의 경적소리가 요란했다.
유세장 주위를 살피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경찰은 수차례 차를 다른곳에 주차할 것을 방송했으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경찰은 견인차를 불러 문제의 차들을 얼마 떨어지지 않은 주택가 골목으로 견인토록 했다.
사건 전말을 들은 후에도 전화는 계속 걸려왔다.
간부의 해명은 들을 생각도 않고 협박조로 윽박질렀다.
현장에서 교통정리했던 한 경관은 『선거철엔 공중질서도 없어야 한단 말이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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