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공포」는 언론이 과장"|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 김한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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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켈란젤로·예루살렘바이러스는 이미 국내에도 예방·치료 백신이 나와 있는 평범한 바이러스입니다.』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 김한수씨 (24·한양대공대 기계공학 3)는 컴퓨터바이러스에 대해 언론이 공포감을 지나치게 조성했다고 지적한다.
『간단하고 확실한 대책이 있는데도 문제의 날에는 아예 컴퓨터를 켜지도 않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 자체가 과장된 공포에 의한 피해지요.
미켈란젤로는 전원을 넣으면 처음에 컴퓨터를 작동 준비 상태로 만드는 부트섹터에 기생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깨끗한 도스 디스켓으로 부팅 하면 바이러스가 있더라도 피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는 89년 컴퓨터 잡지에 변형 브레인 바이러스의 존재와 피해를 처음 보고했고 LBC 바이러스의 샘플을 최초로 채취·분석해 특성과 대처 방안을 발표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13일의 금요일」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파괴하는 예루살렘 바이러스를 분석해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백신은 컴퓨터의 작업 장소인 램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자신 이외의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 점을 이용한 것.
예루살렘 바이러스에서 유해한 부분은 잘라내고 이 감시 기능만 남겨두자 그대로 방역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 백신은 외국산 백신 프로그램인 SCAN에서 바이러스라고 잘못 판정되는 혼선이 있고 기존 백신에 예루살렘 치료 기능이 추가되면서 곧 퇴조했다.
한양대공대 산업공학과 김성집 교수 (55)의 외아들인 그는 중학교 2년 때인 82년부터 국내 컴퓨터 상설 전시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컴퓨터에 입문했다.
88년에 당시 국내 최초의 바이러스인 C브레인에 감염되면서 경각심과 호기심을 느껴 이 분야에 매달리게 됐다.
새로운 바이러스 피해가 보고되면 백방으로 샘플을 구해 프로그램 코드를 분석하고 기능 수행 경로를 연구하다 보면 며칠씩 밤을 새기도 일쑤였다.
『PC라인』등 여러 컴퓨터 잡지에 바이러스 관련 칼럼을 쓰고 있는 그는『계속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피해신고가 속출하고 있어 일손을 놓을 수가 없다』면서『그 때문에 학교 성적은 항상 바닥권』이라며 웃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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