믈라카 해협 거치지 않는 말레이시아 송유관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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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동남아의 대표적 해상 석유 수송로인 믈라카(영어명 말라카) 해협을 우회해 북부 말레이시아를 관통하는 송유관이 8월부터 건설된다. 믈라카 해협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가 공동 관할하며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50%가 통과하는 곳이다.

최소 145억 달러(약 13조5000억원)가 투입될 이 프로젝트엔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가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댈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총길이가 320㎞인 이 송유관은 말레이시아 서부 케다주에 있는 얀 지역과 동부 케란탄주에 있는 바촉 지역을 연결한다.

또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엔 얀과 바촉에 각각 세워질 정유소(하루 20만 배럴 정제 규모)도 포함돼 있다.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와 얀과 바촉에서 정제한 뒤 동아시아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엔 이란 외에도 말레이시아 기업들과 사우디아라비아.일본.한국의 회사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케다주의 대변인은 밝혔다. 전체 소요 자금의 70%가 외국 자본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는 사우디.일본.한국 측 회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송유관과 정유소가 2010년 완공되면 중동으로부터 하루 8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것이라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는 싱가포르가 처리하던 물량의 10%에 해당하는 것이다. 송유관이 건설되면 중동으로부터 동아시아에 석유가 공급되는 시간이 사흘 정도 줄어들게 된다. 이번 송유관 프로젝트의 추진 배경엔 정치적인 요인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얀과 바촉의 정유소에 공급될 원유가 대부분 이란산이며, 송유관이 미국의 동맹인 싱가포르 영해를 우회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란 관계가 더 악화될 경우에 대비하는 프로젝트라는 관측이다. 쿠알라룸푸르의 석유 전문가인 리아우 쏭 정은 "만약 미국이 이란 석유에 대해 금수 조치를 내린다면 싱가포르가 당연히 이를 지지할 것인데 새 송유관은 금수조치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주도하는 이라크전과 중동 정책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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