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돈살포 먹자판 관개입/춤추는“타락3박자”(선거혁명이루자 기동취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계·점조직·우편통해 금품공세/지구당마다 반협박조·흥정 전화 하루 수십통씩/비표 주고는 돈과 교환… 벌써 수억원 살포설도
여야 각 정당들은 탈·편법지침서를 시달하고 후보자들은 금품·향응의 각종 불법사전선거운동을 자행하고 있으며 일부 유권자들도 덩달아 손벌림추태를 연출,타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14대총선을 계기로 「선거일상화」「공명정착」의 기틀을 다지자던 당초의 전국민적 염원은 이처럼 후보자·유권자·정부당국 등 선거3주체가 한데 어우러져 벌이고 있는 관권시비·먹자판·돈선거에 선거일이 공고도 되기전부터 시름시름 멍들어가는 느낌이다.
○…서울의 민자당 모후보는 요즘들어 하루 수천만원씩 선거자금을 살포하며 득표활동중이라는 소문이 관내에 파다하다.
이 후보는 선거법으로 적발될 것을 우려,본인이 직접 돈을 뿌리지 않고 활동장이나 계모임을 조직,계주를 통해 은밀히 돈봉투를 전달하고 있어 상대당이나 선관위의 단속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는 실정.
활동장이나 계주들은 자기명의로 각종 향응비나 찬조금·경조사비를 낸후 사후에 후보로부터 영수증처리 방식으로 돈을 조달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전의 각정당 지구당사무실에는 유권자들의 향응 및 금품제공 요구전화가 하루에 수십통씩 걸려오고 있으며 사회복지단체 이름의 유사 단체회원들이 직접 찾아와 흥정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대전서구 박충순 의원(민자)은 『이번에도 새마을회다,부녀회다 하는 단체에서 와달라는 초청이 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대덕구 이인구 의원(민자)은 『내 지지자들이다 생각하면 괴롭지만 완곡히 거절한다』고 했다.
재력가로 소문난 이인구 의원측은 『이의원측이 남자들에게는 넥타이를,여자들에게는 스카프를 뿌렸다』는 민주당측 폭로가 나오자 『그건 작년 5월 정당기념일때 9천여명의 당원에게 나눠준 것인데 이번 선거전에 흑색선전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고 『지난 설날에 밀가루 2부대와 김 2톳을 수천가구에 나눠주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광역의원·기초의원들이 불우이웃돕기로 준 것』이라고 되받아 이의원의 금품공세여부가 여야간에 큰 시비거리가 되고있다.
동갑 민자당 남재두씨측은 『민주당 김현 의원측이 자기들이 전화해서 「김의원이 저녁을 살테니 어느 식당으로 나오라」고 해놓고는 일부러 나가지 않고 항의전화가 오면 남재두측의 매터도라고 덮어씌우는 역매터도 수법까지 쓰고있다』고 주장했다.
○…전남의 모 민자당후보측은 이번 선거운동이 본격화 되기전에 벌써 수억원을 뿌렸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물량공세를 한다는 소문.
이 후보측은 동관내 유권자들을 5가구씩 조직,금품을 제공하고 20∼30명씩 주민들을 모아 상대당이나 남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인근지역의 군이나 읍소재지로 데려가 돈봉투를 은밀히 돌리고 향응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선물은 주로 머플러·쟁반·벽시계·고무장갑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입당원서를 받은 주민에게는 교묘하게 우편을 통해 선물을 전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금품공세가 성행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주지도 못하면서 무슨 고발이냐』『먹을 것은 먹고 표는 제대로 찍을테니 간섭말라』고 공공연히 말해 야당후보측은 이를 보고도 못본체 할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김충조 후보(여수) 사무실에는 후보자등록을 1주일 앞둔 3월들어 유권자들이 하루평균 5∼6건씩 사무실로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금품을 요구하는 바람에 선거관계자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일 50대 유권자가 사무실을 찾아와 『며칠전에 이사와 오늘 집들이를 한다. 친척들이 20여명이나 모일테니 김후보께서 한번 들러주셔야겠다』고 「후보초청」을 앞세운 간접적 금품요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후보측은 『지난해 기초·광역선거를 겪은 후 유권자들이 반협박조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부쪽 늘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장영달 후보(전주­완산)는 지난 2월말 한 당원댁에서 사랑방 좌담회를 열고 사과·음료수만 내놓았는데 참석자 20여명중 상당수가 『남들은 모두 음식점에서 고기를 대접하는데 이건 좀 너무하다』고 불평했다는 것.
한 50대 참석자는 『돈없는 사람이 뭐하러 정치하려는거요』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는 것.
깨끗한 선거의 실천자로 소문난 민주당 이협 후보(이리)는 단합대회에서 다과도 안주었을 정도. 그러나 그의 사무실에도 이리공단 근로자들이 『노조단합대회를 가는데 버스를 마련해주고 음료수값 정도는 대줘야하지 않느냐』면서 『××당에서는 행사경비전체를 부담해주겠다고 제의해 왔지만 우리 근로자들과 친숙한 이의원에게 특별히 부탁하는 것』이라고 은근히 상대후보와 경쟁을 유도하는 고단수의 요구를 해와 이의원측이 설득에 진땀.
○…대구·경북지역의 일부 후보들은 지방의회의원 또는 사조직 간부들을 내세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대리선거운동을 펼치는가하면 비표를 가져오는 주민들에게 돈봉투를 건네주는등 흔적없애기식 점조직 금품살포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대구시지부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2일 오후 2시쯤 민자당 모의원의 활동장이 아파트 주부 6백여명을 상대로 음식을 제공했고 ▲모의원은 여성주부대학 동창회를 빙자,지구당 여성부장이 지갑 및 식사를 제공했으며 ▲무소속 모씨는 2월말부터 동네주민들을 초청,식사접대에 차비로도 3만원씩 나누어주었다고 주장했다.
여권후보들의 금품살포는 동책·통책·반책 등을 통해 유권자의 성향을 분석,점조직식으로 이뤄져 선관위나 공선협,상대후보에 의해 발각되더라도 후보자처벌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묘히 법망을 피하고 있다.
3일 오후 대구시내 근로자복지회관에서 열린 문희갑 의원 주최의 여성강좌에서는 제보를 받고 찾아온 모 방송사 카메라기자가 취재하려 하자 20대청년 10여명이 욕설을 퍼부으며 취재를 방해,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울산군 선관위는 지난달 21일 울산시 종하체육관에서 열린 민자당 울산군 청량면 상남리 주민 40여명은 민자당이 제공한 관광버스를 타고 같은 부락 J식당으로 이동,불고기대접을 받았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중이다.
울산시 남구 장생포동 D화학간부에 따르면 현대그룹사원이 최근 남구 옥동 자택을 방문,뷔페식당식권 석장과 국민당 입당원서 한장을 놓고 갔다고해 선관위는 이것도 조사중이다.<총선 기동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