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되는 과외열풍을 막자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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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고교생의 월평균 과외비가 28만원이 들고 중·고생의 연간 과외비를 합치면 1조2천억원으로 한해 교육예산의 24%에 해당하며,80년과 비교하면 4.7배나 늘어난 액수라는 보고서가 교육개발원에서 나왔다.
이 액수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에 해당할뿐 사실상 서울 중산층 이상의 고3생 과외비는 최소한 1백만원,이른바 족집게 과외를 비롯한 특수과외는 액수자체가 정해지지 않은채 은밀히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금까지의 학력고사가 내년으로 끝나고 94년부터는 새 대입제도가 실시될 과도기에서 학부모와 입시생의 새 제도에 대한 불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심리를 줄이기 위해서도 과외는 더욱 성행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덧붙여 일류대학들이 대학별 고사의 실시와 아울러 배점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굳혀감에 따라 대학별 과외라는 새로운 과외풍속의 등장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미 90년 한해의 사교육비가 9조4천억원으로 공교육비를 훨씬 상회하면서 GNP의 6.8%를 차지한다는 공식적 추계가 있었다. 이런 형편에 배보다 배꼽이 큰 사교육비가 향후 2년에 걸쳐 증폭되리라 예상한다면 이자체가 학교교육의 위기일뿐만 아니라 망국적 과외열풍이 또다시 내습하는 사회불안을 겪을 것이다.
대입제도의 과도기에서 발생될 이런 위기와 불안을 막기위해서 다음의 장단기적 처방과 대안이 치밀하고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우리는 제안한다.
장기적으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학교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창의성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출제돼야 하고 대학별 고사는 특히 새제도 실시 초기엔 과목을 극소화시켜 전공과 대학의 특수성을 살리는 쪽으로 대학 스스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 학교교육에서는 진로교육을 활성화시켜 대학만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직업교육이 능력위주 사회의 올바른 선택임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 처방으로는,교육방송의 TV고교학습을 학생의 수준에 맞게 다양화하고 시간대를 바꾸어 많은 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의 기회를 부여하는 쪽으로 재편하는 방법이 있다. 또 기존 학원의 교육환경을 개선해 방학때만 개방할 것이 아니라 저렴한 값으로 언제든지 학교교육을 보완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일책이다.
학교의 보충·자율학습도 학습지진학생을 중심으로 교사가 지도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장단기적으로 대책을 마련한다면 이밖에도 여러 장치와 제도의 도입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당장에 불을 보듯 뻔한 고액과외 열풍을 앞두고 모두가 남의 일인듯 팽개쳐버렸다가 급해져서야 부랴부랴 서두르는 교육정책 입안자들의 안이한 사고방식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과외열풍을 잠재울 현명한 대책이 미리 논의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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