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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소재에 할리우드 식 재미 담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풀죽은 충무로에 주목해야할 신인 영화감독이 등장했다.
올해 36세. 감독 데뷔로는 비교적 늦깎이인 김영빈씨.
그가 연출한 『금의 전쟁』은 근래 한국영화로는 보기 힘든 무게실린 박진감이 대단하다.
깐깐한 성격의 영화평론가 김종원씨가 두 번이나 와서본 시사회장에서는 김감독의 영화 앞날을 기대하는 힘찬 박수가 터졌다.
김종원씨는 『영화 보는 재미, 곧 감동의 카타르시스를 정말 오랜만에 맛봤다』며 좋아했다.
『부끄러운 한편으로 힘도 솟는다』는 김감독이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금의 전쟁』은 감상적 소품사랑 영화와는 격을 달리했다.
『역사를 파악하는 리얼리즘에 충실하면서 재미를 살리는 쪽으로 연출방향을 밀고 나가겠습니다.』
이번 『금의 전쟁』이 일본야쿠자를 사살한 김희로사건을 다뤘듯이 임거정·장길산, 또는 탈주범사건 같은 한국사회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되 할리우드적인 보는 재미를 입히겠다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그는 『금의 전쟁』에서 비록 허한 구석도보이나 재일 동포 차별문제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끌고 가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사랑·이별·액션 등 재미요소를 빠른 장면 처리와 구도로 잘 버무려냈다.
특히 엑스트라 운용, 액션장면 처리 솜씨는 기성감독도 못 따라올 만큼 그럴듯하다.
『임권택 감독 밑에서 엑스트라담당 조연출을 하며 주·조연진이 엑스트라와 자연스럽게 섞이되 연기진이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임 감독이 그렇듯 예술창작을 하는 사람에게는 유·청년기의 남다른 파란이 열정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복이라는데, 김 감독도 고교중퇴 후 10년간 떠돌이로 돌다 27세 때 한양대 영화과에 들어가고 6년간 임 감독 밑에서 조련됐으니 복 받은 사람 같다.
『만일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주연 유인촌씨의 덕』이라는 말대로 유씨의 열연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냉정한 연출, 치밀한 구성, 특히 영화음악 등에서 그는 아직 부족하나 영화계는 「김감독의 영화전쟁」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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