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배구선수 신영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국내 남자배구에 세터 신영철(28·상무)시대가 활짝 열렸다.
신영철은 국내 성인배구의 최고봉을 가리는 91대통령배대회에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있다. 당초 상무는 중위권정도로 평가됐으나 신의 절묘한 토스웍에 힘입어 1·2차 대회를 석권하게 된 것이다.
그는 2차 대회까지 1천5백16개의 토스 중 54%인 8백19개의 퍼펙트(정확률)를 기록함으로써 이성희(46%·고려증권) 최영준(45%·금성)등 전 국가대표이자 라이벌들을 압도, 국내 최고의 세터임을 과시하고있다.
배구계에서는 신을 70년대 말과 80년대 초 코트를 풍미하던 「컴퓨터 세터」김호철(이탈리아에서 활약)에 버금가는 선수로 평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큰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신은 끊임없는 자기개발로 불운을 극복하고 스타로 성장해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신영철은 경기대 시절부터 김호걸의 대를 이을 선수로 주목을 받아왔었다.
그러나 실업팀들의 횡포로 한 「코트의 미아」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다.
지난 87년 경기대졸업을 앞두고 몸값이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1억2천만원을 호가하자 스카우트에 뛰어들었던 현대자동차 서비스·금성·고려증권 등이 담합, 스카우트를 포기한 것이다.
설땅을 잃은 신은 우여곡절 끝에 한전에 입단했으나 후유증으로 실의의 나날을 보내며 빛 바랜 배구인생을 보내야 했다.
그가 한국배구의 대들보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7월 월드리그 국제배구대회 지난 90년3월 상무에 입대한 그는 이듬해인 지난해 4월 국가대표로 다시 발탁되면서 월드리그에 출전, 이 대회에서 최우수 세터로 선정된 것이다.
세터 능력을 평가하는 토스의 질(정확성)과 양(다양성), 그리고 게임리드 능력에서 최고의 세터로 인정받아 세계적인 세터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여세를 몰아 그는 지난해 12월 일본 월드컵대회에서도 한국이 강호 독일에 극적인 3-2의 역전승을 거두고 16년만에 올림픽자력진출권을 획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은 1m78cm로 단신이지만 높은 서전트점프(70cm)로 약점을 극복하고있다.
경북사대 부고시절부터 세터로서 명성을 떨쳐 경기대 1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 김호철로부터 비법을 전수 받으며 대성의 길을 걸어왔다. <방원종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