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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철도 타보니

중앙일보

입력


인천국제공항과 영종도,서해바다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지난달 23일 공항철도가 1차 개통된 결과다. 국내에서는 처음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이 철도가 뚫리면서 우선 국제선(인천공항)과 국내선(김포공항) 비행기를 갈아타는 여행객들의 불편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이 철도는 2001년 11월 개통된 인천공항고속도로와 함께 하늘길과 땅길을 잇는 대동맥 역할을 하게 된다.
공항철도 개통 열흘째를 맞아 기자는 지난 2일 김포공항~인천공항 전 구간에서 열차를 타고 현장 취재했다.

◇세계와 만나는 가장 가까운 길
이날 오후 4시 30분,서울 강서구 방화동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
기자가 공항철도를 갈아타기 위해 역 개찰구를 빠져 나가자 10여m 전방에 공항철도 김포공항역이 나타났다.
이어 교통카드로 개찰구를 통과한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분쯤 가자 지하 4층에 플랫폼이 있었다. 플랫폼에는 일부 지하철 역처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한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어 열차를 탄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온 지 5분 후인 4시 41분,인천공항 행 일반열차는 정해진 시각에 정확하게 출발했다. "세계와 만나는 가장 가까운 길,공항철도입니다"라는 여자 아나운서의 차내 방송과 함께.
개통된 지 며칠 되지 않은 데다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승객은 6칸 짜리 전동차 전체 좌석(282석)의 4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반 열차와 달리 커다란 크렁크를 든 단체손님과 외국인이 많이 눈에 띄었다.
영종도로 봄나들이를 가는 듯,삼삼오오 짝을 지어 움직이는 노인들도 적지 않았다. 공항철도 측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일반열차에 한해 요금의 75%를 할인해 준다. 따라서 김포공항 인근에 사는 노인들은 1600원(편도 800원)만 있으면 최신식 열차를 타고 영종도 구경을 할 수 있다.
미끄러지듯 플랫폼을 빠져 나간 열차는 ▶계양 ▶검암 ▶운서 ▶공항화물청사 역을 지났다. 여행길을 더욱 짜증나게 하는 교통체증에다 매연,소음 등으로 인해 좌석에 앉자마자 눈을 붙이는 버스 승객들과 달리 대부분의 승객은 창밖으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열차는 오후 5시 14분 목적지인 인천공항역에 도착했다. 출발과 마찬가지로 도착 시각 역시 한 순간의 오차도 없이 정확했다.

◇거침없이 '하이 스피드'
KTX는 속도는 빠르지만 좌석이 비좁은 게 흠이다. 반면 지하철은 정시성은 뛰어나나 불편한 데다 열차에 비해 속도가 더딘 게 단점이다. 그런데 공항철도는 열차와 지하철의 장점들을 고루 갖췄다.
1)빠르다.
역 정차시간을 포함한 평균속도가 시속 70km로 지하철(30km)보다 2배 이상 빠르다. 특히 역 사이의 간격이 긴 데다 선로가 쭉쭉 뻗은 직선구간이 대부분이어서 보통 최고속도 110km로 주행한다.
터널구간에서도 속도가 100km안팎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역사에 진입할 때의 속도도 60km에 달해 답답함을 느낄 새가 없다(도시철도의 경우 역내 진입속도가 20km).
이 때문에 공항철도를 타면 빠르다는 느낌을 제일 먼저 받게된다. 곧게 뻗은 선로를 따라 달리는 공항철도를 타면 가슴 속이 절로 후련해진다.
2)조용하고 쾌적하다.
열차가 달릴 때 나는 '덜컹덜컹' 하는 소리는 열차의 상징처럼 돼 있다. 수도권 전철을 포함,일반 철도는 선로의 레일이 20여m 간격으로 이어져 있는 게 주원인이다.
그러나 공항철도를 타면 덜컹거리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고,객차의 흔들림도 덜하다. KTX처럼 길이가 200m에 달하는 장대레일을 사용한 데다 소음.진동을 최소화하도록 전동차가 제작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승객 안전사고를 예방하고,먼지가 역내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 쾌적성을 한층 높여준다.
3)선진 에티켓 배려한 객차
만원 지하철처럼 입석 승객이 좌석 앞에 바짝 붙어 서 있으면 좌석 승객은 물론 서 있는 승객 역시 거북하기 마련이다.
이런 불편을 감안,공항철도는 입석 승객용 손잡이가 객실 통로 가운데 부분에 달려 있다. 또 출입문 쪽 좌석에는 투명 칸막이를 설치, 입석 승객이 뒤로 기대어 좌석 승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도 방지했다.
)프리미엄급 객실
객차 간 연결통로가 방음효과가 뛰어난 완전 밀폐형 고무주름으로 돼 있어 객실을 이동할 때 문을 여닫을 필요가 없다.
기관사가 승객의 탑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는 모습도 공항철도에선 찾아볼 수 없다. 운전석에 승강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폐쇄회로 TV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최준호 기자
사진=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자료 제공=공항철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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